바이오 제약기업 메디톡스가 중국 진출을 위해 주력 보툴리눔 톡신 제품 대신 신제품을 선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급작스럽게 전략을 선회한 속내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오히려 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중국 시장 진출이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 성형 시술에 주로 쓰이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2018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수입 의약품 등록을 신청한 보톡스 제품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의 신청을 철회한다고 최근 밝혔다. 대신 계열사인 뉴메코(구 메디톡스코리아)가 개발한 차세대 톡신 제제 ‘뉴럭스’로 중국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뉴럭스의 중국 수입 의약품 등록 신청과 제조소 변경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메디톡신은 앞서 2006년 메디톡스가 개발해 국내에서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보톡스 제품이며, 뉴메코가 개발한 뉴럭스는 최근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제품이다.
메디톡스는 중국 시장의 향후 성장성을 감안할 때 대량 생산 체제와 최신 제조 공정을 갖춘 뉴럭스로 진출하는 방안이 기존 전략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뉴럭스는 현재 메디톡신이 생산되는 충북 청주의 오창 1공장보다 생산 규모가 큰 오송 3공장에서 대량 생산에 착수한 상태라는 게 메디톡스 측 설명이다. 아울러 빠른 중국 진출을 위해 해외 제약사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도 밝혔다.
업계는 메디톡스의 이 같은 선회에 갸우뚱한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사태로 사실상 수입 의약품 등록 심사를 중단했던 중국 규제 당국은 지난 8월 뉴로녹스를 대상으로 심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연내 NMPA의 실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이 같은 발표가 있는지 두달여 만에 메디톡스가 돌연 뉴로녹스의 등록 신청을 취하하자 밝히기 힘든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메디톡스가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지 채 2개월이 되지 않은 신제품으로 중국의 까다로운 절차를 이른 시일 내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보톡스 제품을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휴젤은 2016년 5월 현지에서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뒤 2020년 10월에서야 시판이 허락됐다.
또 메디톡스가 그간 국내 허가 과정에서 ‘서류 조작’ ‘역가 조작’ 의혹 등으로 다양한 소송과 행정처분에 휘말리는 등 품질 논란이 컸던 만큼 등록 절차가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의 높은 벽을 넘은 뒤 판매 활로를 뚫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중국 시장 점유율 목표를 15~20%로 잡은 휴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지만 외국 및 현지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더군다나 현재 중국에서 인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10개 기업 가운데 대웅제약과 휴온스, 제테마, 이니바이오 등 한국 기업만 절반에 이르러 자칫 국내 기업 간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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