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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술영화 전용관에는 아직 다큐멘터리 ‘킴스 비디오’가 상영 중이고, 넷플릭스에서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가 공개됐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과거에 출시된 비디오들을 전시하는 ‘원초적 비디오 본색’이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영화에 대한 애정과 비디오라는 매체의 관계이다.

영화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네필은 영화 한 편을 반복해서 본다. 영화가 극장에서만 상영되던 시절에는 시네필들은 영화관에 여러 번 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시네필들이 영화인이 되는 현상은 본격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등장했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에 등장한 프랑스의 누벨 바그 세대와 여타 다른 나라의 뉴 웨이브 현상이 그런 경우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뉴 웨이브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 등장하지 않았다. 1970년대에 들어서 하길종, 이장호와 같은 감독들이 영상시대 동인들을 구성하면서 뒤늦게나마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1980년대에 보급된 비디오로 인해 극장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반복 시청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됐다. 우리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극장에 가는 경우보다는 집에서 혹은 비디오방에서 영화를 비디오를 통해 경험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비디오로 인해 영화보기는 독서와 비슷한 행위가 되었다. 빌리거나 구입한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반복해서 읽듯이, 시네필들은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영화들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다시 보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빌려다가 특정 구간을 반복해서 보면서 영화 표현기법들을 익혀 나갔고 영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더 깊어졌다.

‘노란문’에 등장하던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국내 주요 도시에서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영화 공동체가 등장했고, 뉴욕에서는 김용만씨가 운영하는 ‘킴스 비디오’가 엄청난 수의 비주류영화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서 시네필들의 성지가 됐다. 뉴욕이 아무리 예술영화관이 다른 도시에 비해 많지만, 여전히 할리우드 주류 영화들이 멀티플렉스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뉴욕의 시네필들은 그나마 ‘킴스 비디오’를 통해서 희귀한 영화들을 구해서 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장소로서 킴스 비디오는 폐업했다가 다시 부활했지만, 우리나라에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있긴 하지만 그런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장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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