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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는 가축화되지 않은 야생 돼지의 후손으로, 일반 집돼지와 종이 같다. 호랑이, 곰 같은 천적이 사라지며 멧돼지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자리하게 됐다. 2000년 들어 개체 수가 급증하며 멧돼지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산림녹화사업으로 서식 환경이 좋아지고 자연 복원을 위해 멧돼지를 방생한 결과다. 가을이 깊어지면 인가·도심에 멧돼지 출몰이 잦아진다. 겨울철 번식기와 월동 준비를 위해 먹이를 구하느라 활동 반경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을 공격하는 사례도 많이 증가한다.

올해 들어 멧돼지 출몰이 빈번한 곳 중 하나가 서울 은평구 등 북한산국립공원 주변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멧돼지 출몰에 따른 출동 건수가 9월 기준 4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2건보다 110.5% 늘어난 수치다. 북한산의 경우 수도권 주민의 안전 문제로 멧돼지 사살이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멧돼지 숫자가 과거 가장 많았을 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2019년부터 3년 동안 포획·사살된 멧돼지는 34만6748마리에 이른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염 매개체로 지목되며 정부가 멧돼지 포획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지급된 포상금도 490억원이 넘는다.

급기야 경북 포항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TX-산천 열차가 29일 오후 7시12분쯤 경북 경주시 안강역 부근 터널에서 멧돼지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발생 지점은 나원터널 내부였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열차가 1시간 넘게 멈춰 섰다. 멧돼지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시골 도로에서 자동차와 부딪히는 일이 빈번하더니 급기야 KTX와 충돌해 245여명 승객의 발을 묶는 사고까지 일으킨 것이다.

성난 멧돼지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도 있다. 저돌적(猪突的)이라는 표현도 멧돼지의 사나운 성질에서 나왔다. 일반인이 멧돼지를 만나면 119에 바로 신고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사냥개와 엽사를 늘려 때려잡고, 덫을 놓는 게 최선의 방법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멧돼지의 인가 출몰은 먹이 부족 및 인간의 서식공간 파괴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인간과 멧돼지의 공생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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