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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얇고·길고·넓은 동박 뽑아내 글로벌 1위 우뚝

입력 : 2023-11-05 20:32:23 수정 : 2023-11-05 20: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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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 말레이 공장 르포

전기차 배터리 필수소재 생산
단일 공장으로 세계최대 규모

국내 절반 이하의 전기료 장점
말레이선 인허가 초고속 진행
최초 해외 생산 거점으로 낙점
2024년 상반기 폴란드 공장 완공

말레이시아 사바주(州) 코타키나발루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30분 거리인 SK넥실리스 동박 생산 공장. 축구장 23개 크기로 단일 규모 세계 최대인 이곳에선 매년 5만7000t의 동박이 생산된다.

1일 첫 출하 일주일이 지난 1공장을 찾았다.

방진복에 마스크까지 쓰고 에워샤워를 마친 뒤 들어선 1공장에서는 드럼통 모양의 제박기 수십여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지름 3m 제박기는 제자리에서 천천히 구른다. 은빛 티타늄이 얇은 구릿빛 동박을 뽑아낸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이다.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중 음극재를 감싸는 필수 소재다. 전기차 1대에 동박 40㎏이 들어간다.

동박이 얇을수록 배터리도 가벼워진다. 두께가 경쟁력이다. 공장 한쪽에 놓인 폐 동박을 손으로 만져 보니 조금만 힘을 줘도 찢길 정도로 약했다. 공정이 고도화하지 않으면 주름이 생기거나 구멍이 뚫리기 쉽다고 한다.

신동환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동박이 세계에서 가장 얇고, 길고, 넓다”고 강조했다. 머리카락 두께 30분의 1인 4㎛ 동박을 1.4m 폭으로 생산한다. 6t짜리 롤을 펼친 길이는 업계 최장인 77㎞다.

제박 공정을 마친 거대한 구릿빛 동박 롤들은 천장에서 내려온 주홍빛 크레인에 딸려 올라간다. 이후 자동이송배차 기기에 안착해 동박을 자르는 슬리팅 공정으로 옮겨져 고객 요구대로 잘린다. 표면을 오차 없이 깔끔하게 자르는지가 핵심이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기준 동박 시장 점유율 22%를 차지했다. 중국 왓슨(19%), 대만 창춘(18%),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13%)를 따돌리고 글로벌 1위 입지를 굳혔다.

압도적인 1위로 격차를 벌리기 위해 SK넥실리스는 첫 해외 생산 거점으로 코타키나발루를 택했다. 가장 큰 경쟁력은 ‘낮은 전력 원가’다. 코타키나발루의 전력비는 국내 정읍 공장 대비 절반 이하다.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도 70% 수준이다. 한 달 기준 공장에서 쓰는 전력량은 공장이 있는 사바주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인 80㎿ 정도다.

SK넥실리스는 사바주 당국과 긴밀한 협의 끝에 가장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법인세도 외국 기업으로서 최장 기간 전액 면제받았다. 공장 유치는 주 정부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코타키나발루 산업단지(KKIP)에는 전체 311곳의 기업이 입주해 있고, 그중 16곳이 외국기업인데 SK넥실리스는 이들 중 제일 규모가 큰 대기업이다.

풍진제 사바주 산업부 장관은 “기업 입장에서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공했다”며 “SK그룹을 위해 투자 유치 혜택을 맞춤으로 설계했고, 인허가 사항을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부지 선정 뒤 7개월 만에 쾌속 착공한 배경이다.

지리적 이점도 크게 작용했다. 코타키나발루는 아시아, 유럽, 북미 시장까지 수출이 쉬운 동시에 필리핀해 남단에 있어 태풍이 거의 없다. 인접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보다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두 번째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된다. 지난해 7월부터 폴란드 포트카르파츠키에주 스탈로바볼라에도 연산 5만7000t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완공해 가동을 시작하면 3개 공장(한국 정읍, 코타키나발루, 폴란드)은 연 15만여t의 동박을 생산하게 된다.


코타키나발루=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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