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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디지털 교육 혁신 하겠다더니… 기기 보급 ‘급급’ 관리는 ‘제각각’ [심층기획-학생용 디지털기기 보급 현주소]

입력 : 2023-11-07 07:00:00 수정 : 2023-11-07 04: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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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교육청 현황 살펴보니

1조6000억 투입 경쟁적 기기 보급
디지털교육 맞물리며 확대 움직임
교육청·재정여건별 보급률 큰 차이
대전 115%… 대다수 학생에 지급
세종 17% 그쳐… 전남·인천도 낮아

기기 AS·구매 주체 등도 다 달라
교사가 보관·충전 담당하는 곳도
“정부 차원 관리 가이드라인 필요”

정부가 ‘디지털 교육’을 강조하면서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보급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교육청은 경쟁적으로 기기 보급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도 수년간 조 단위 금액이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없어 지역별로 보급률·기기 관리 환경에 격차가 크다. 교육부는 2025년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위해 ‘1인 1기기’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기기 보급·관리와 관련해서는 각 교육청에 맡겨 놓은 상황이다.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가 디지털교과서에 적용될 AI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역별·학교급별 보급률 천차만별

 

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국 17개 교육청에서 받은 ‘학생용 디지털 기기 보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까지 전국 교육청이 디지털 기기 보급에 쓴 금액은 1조6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산을 가장 많이 쓴 곳은 경기도교육청으로, 2021년 1542억원, 지난해 1214억원을 써 2년간 투입금액이 2756억원에 달했다. 이어 △경남도교육청(1826억원) △부산시교육청(1537억원) △전북도교육청(1110억원) △서울시교육청(1097억원) △광주시교육청(1028억원)도 디지털 기기 보급에 1000억원을 넘게 쓴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교육청이 향후 3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도 1조186억원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2443억원을, 인천시교육청은 1314억원을, 전북도교육청은 111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많은 교육청이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에 발맞춰 디지털 기기 보급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어서 관련 예산은 한동안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일반선택 과목부터 AI 기반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교과서가 적용되는 학년은 수업을 위해 학생 모두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재 전국 초·중·고생 528만명에게 지급된 디지털 기기는 329만대로, 보급률은 62.3% 수준이다. 디지털교과서가 적용되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으로 집계하면 보급률은 조금 더 올라가지만 ‘1인 1기기’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역마다 교육감의 의지나 재정 여건이 달라 보급률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대전은 총 15만5572대를 구입해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114.9%(올해 내구연한 만료 기기 교체분 포함)를 기록했다. 특수학교(77%)를 제외한 초·중·고 보급률은 110∼118%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디지털 기기가 보급된 셈이다. 경남도 중·고교 보급률 100%, 전체 학교 96.6%(초 93.2%, 특수 83.4%)로 보급률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이어 경북(88.5%), 충북(88.2%), 경기(77.4%), 광주(77.0%), 부산(76.9%) 등도 비교적 보급률이 높았다. 중학교만 놓고 보면 부산·광주·울산·강원·경북, 고등학교만 놓고 보면 부산·광주도 보급률 100%가 넘었다.

 

반면 세종은 보급률이 16.9%(초 13.5%, 중 20.5%, 고 21.6%)에 그쳤다. 전남(35.0%), 인천(35.3%), 서울(39.6%)도 보급률이 낮았다. 서울의 경우 중학교 보급률은 94.8%였지만, 고등학교는 23%, 초등학교는 19.2%로 학교급별 편차가 있었다.

◆기기 관리 가이드라인 부족

 

보급 기기 관리 환경도 교육청마다 제각각으로 확인됐다. 현재 9개 교육청(부산·인천·광주·대전·울산·충북·충남·전남·경북)은 무상수리기간이 5년 이상이지만, 5곳(대구·세종·강원·전북·제주)은 1년 이하였다. 유지보수방법도 교육청 통합지원 8곳, 권역별 AS센터 이용 5곳, 학교별 유지보수업체 이용 2곳 등 저마다 달랐다. 구매 주체 역시 학교장과 교육감 또는 교육감·학교장 혼합방식 등으로 나뉘었다.

 

교육청 또는 학교에 따라 기기 고장·분실 시 대처 방식이 다르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교육청 단위의 가이드라인이 있는 곳은 전북뿐이다. 전북은 사용자 부주의 파손 시 수리비용의 20%를, 분실 시 40%를 자기 부담하도록 하는 등의 지침을 만들어 지난 9월 학교에 안내했다. 반면 강원·광주 등 대다수 교육청은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은 물론 유지관리 대책도 일선 학교에 맡겨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기를 집에 들고 갈 수 있는지도 학교마다 다른 상황이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고장 났을 때 AS 접수를 교사가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학교에 기기를 보관하는 곳은 교사들이 충전까지 챙겨야 한다”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디지털 기기 보급은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모든 교육감이 제시한 ‘단골 공약’이었다. 학생·학부모의 직접적인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감들이 선심성으로 기기 보급에만 열을 올리면서 기기 관리 등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 의원은 “디지털 기기 보급은 수조원의 예산이 몇 년 주기로 반복되는 대규모 사업이어서 구매부터 관리, 활용, 콘텐츠 개발 등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교육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미흡해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기기의 효율적인 활용과 예산 절감을 위해 학교·교사의 운영관리 부담 최소화 방안 등 교육 당국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나·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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