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하우스푸어, 세입자는 렌트푸어?...주담대 7% 현실화’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고 폭발 직전인 가계 부채 진정을 위해 금리를 꾸준히 올리면서 은행 대출로 집을 사거나 빌린 사람들의 난처한 상황을 전한 언론보도 제목이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이자 부담이 높아져 가처분 소득이 줄고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는 이들을 언젠가부터 ‘하우스 푸어’나 ‘렌트푸어’로 부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하우스푸어(house poor)’는 자기 집을 가지고 있지만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을, ‘렌트푸어(rent poor)’는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급등하는 전세 보증금 때문에 가난한 세입자를 각각 의미한다. ‘집’과 ‘임차·임대’를 뜻하는 house와 rent에 ‘가난한 또는 가난한 사람들’을 뜻하는 poor를 결합한 것이다. 영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의미가 금방 와 닿겠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겐 명확한 뜻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하우스 푸어는 ‘내 집 빈곤층’으로, 렌트 푸어는 ‘세입 빈곤층’으로 표현하는 게 권장된다.
그런데 오히려 언론매체 등에서 ‘에듀푸어·메디푸어·실버푸어·워킹푸어’ 등 ‘∼푸어’를 갖다 붙이는 표현이 늘고 있다. ‘허리 휘어도 대치동 포기 못해…고물가 시대 서글픈 에듀푸어’, ‘식비 줄여도 학원비 못 줄인다…늘어나는 에듀푸어’ 같은 식이다. 또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두고 여당은 의료비용으로 가정 경제가 무너지는 메디푸어를 해결할 것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고령화 사회로 인한 실버푸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 상당수가 감염병 유행 이전에도 워킹푸어였던 셈이다’ 등의 기사를 예로 들 수 있다.
‘에듀푸어(education poor)’는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가난해져 살기가 어려운 사람이나 계층을 뜻해서 ‘교육 과소비층’으로 다듬어 쓰는 게 좋다.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는 과다한 의료비 지출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계층)이란 의미인 만큼 ‘의료 빈곤층’으로 바꿔 쓰면 된다.
‘실버푸어(silver poor)’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해 퇴직 후 바로 빈곤층에 진입하는 사람(세대) 등 ‘ 노년(노후) 빈곤층’이라고 하면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일자리가 있는데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워킹푸어(working poor)’ 대신 ‘근로 빈곤층’으로 다듬어 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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