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곱게 물든 붉은 단풍을 보면 단풍나무를 떠올리지만 사실 진짜 단풍의 대명사는 붉나무이다. 찬바람이 불고 건조해지면 식물들은 여름까지 왕성했던 광합성을 멈추고, 잎을 노랗고 빨갛게 물들이며 겨울을 준비한다. 그중 단풍나무보다 잎을 더 붉게 물들이는 나무가 바로 붉나무이다. 유난히 잎이 붉게 물들어서 ‘붉나무’라 불린다. 양지바른 산 가장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공해와 추위, 건조에 강해 조경수로도 심는다.
붉나무는 옻나무과에 속한다. 극히 예민한 체질이 아닌 일반 성인이라면 옻나무와는 달리 옻이 오르지 않는다. 붉나무는 높이 5∼10m의 작은 교목이며 가을에 잎이 떨어져서 봄에 새잎이 난다. 잎은 달걀 모양의 7∼13장 잔잎이 깃 모양으로 배열된 겹잎이다. 잔잎 사이에는 날개가 있어 다른 식물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둥근 열매는 끈적한 흰색의 분비물로 덮이는데, 신맛과 짠맛이 강하게 난다.
붉나무의 나무껍질은 항염, 항균과 해독 작용이 있어 피부를 보호해 주며, 비누로 만들어 무좀 치료에도 사용한다. 붉나무 열매는 소금을 구할 수 없을 때 소금 대용의 염분으로 사용되어 염부목(鹽膚木)으로도 불린다.
붉나무의 특이한 점은 바로 오배자라 불리는 벌레혹이다. 오배자는 매미목 진딧물과의 오배자면충이 붉나무 잎에 기생하여 만든 귀 모양의 딱딱한 벌레집으로 속은 비어 있고 신맛이 난다. 오배자면충은 다 자라면 오배자의 구멍을 뚫고 밖으로 나온다. 동의보감에는 “오배자는 피부가 헐거나 버짐이 생겨 가렵고 고름 또는 진물이 흐르는 것을 낫게 하며, 종기나 입안이 헌 것 등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타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염료로도 이용한다.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나무가 바로 붉나무이다. 혹독한 추위로 붉나무 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곱게 물든 붉나무 잎을 지긋이 바라보면 어떨까? 단풍보다 더 붉은 붉나무 잎을 바라보며 찰나의 가을을 온전히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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