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업자도 기술 투자 등 '암표 차단' 노력해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한창인 가운데 '빅 이벤트'를 직관하려는 팬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암표가 올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리는 11일에도 중고 거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입장권을 사고파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비싼 좌석은 잠실야구장의 프리미엄석(14만원)이지만 온라인에선 일반석도 10만∼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가의 2∼3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식 예매 사이트에선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7차전까지 입장권이 거의 매진된 탓에 경기를 보고 싶은 팬들은 웃돈을 얹은 암표 구매를 고민하게 된다.
30년째 LG 트윈스 팬이라는 직장인 이모(35) 씨는 "올해는 두 눈으로 LG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예매에 실패했다"며 "암표도 살짝 고민은 했지만 비싸기도 하고 불법적인 요소도 있어서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입장 인원이 정해져 있는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 뮤지컬·공연 등에서 암표는 오래전부터 고질병처럼 자리 잡은 문제다.
특히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으로 티켓을 빠르게 쓸어 담고 이를 되파는 '꼼수'가 횡행하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좌석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PC방 등에서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예매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야구팬 커뮤니티에는 "매크로를 사용하는 건 정말 막아줬으면 좋겠다"며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다음 시즌부터는 나도 매크로를 이용해야겠다", "매크로로 암표가 나오는 것을 보니 정상적인 방법으로 예매하는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등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이어졌다.
대학원생 김모(24) 씨도 "야구 경기나 음악 콘서트 티켓 예매를 하려고 하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너도나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서 '나도 구입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 등이 지난해 발의한 공연법 개정안이 내년 3월 시행되면서 공연계에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관람권을 산 뒤 타인에게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가 금지된다. 위반 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이 의원 등이 같은 내용으로 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스포츠 분야에서는 아직은 현실성 있는 대책이 미흡한 상태다.
티켓 판매 사업자 등 당사자들이 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대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모니터링이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업자들이 매크로를 막을 기술 투자 등의 방안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도 "공연 기획사 등에서 나서서 암표 거래 차단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매크로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를 감시할 인력은 부족한 만큼 적극적인 접수·신고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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