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 역무원을 위협한 노숙인을 말리고 홀연히 사라진 스파이더맨이 화제다.
토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9시1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작은 소란이 발생했다. 순찰 중인 역무원들이 역사 안에 잠을 자던 한 노숙인을 퇴거 조치하는 과정에서 노숙인이 역무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위협을 가한 것이다. 큰 소란과 폭행 사건으로 번질 수 있었지만, 스파이더맨 복장의 한 시민이 나타나며 사건은 빠르게 해결됐다.
당시 노숙인은 갑자기 나타난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손을 잡고 놓지 않자 “이거 놓으라“고 소리치며 역무원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스파이더맨은 노숙인의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그의 양손을 잡은 채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고, “진정하시라”며 그를 말렸다. 주변 시민들 사이에선 웃음을 터져 나왔다.
뒤이어 역무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노숙인을 강제 퇴거시켰다. 서울교통공사 잠실역 관계자는 “전날 사건이 큰 소란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노숙인 퇴거 조치가 마무리되고 스파이더맨 시민은 말없이 사라졌다”며 고 밝혔다.
11일 밤부터 소셜미디어(SNS)상에는 ‘잠실역에 스파이더맨이 나타났다’는 내용의 사진과 글들이 잇따랐다. “서울에도 히어로(영웅)가 등장한 것이냐”, “잠실역에서 스파이더맨을 만난 친구가 당황해서 영어로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구수하게 ‘아유, 그럼요’라고 답했다더라”, “잠실역에서 몇 번 마주쳤는데 볼 때마다 아이들에게 인사해주셨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이날 X(옛 트위터)에는 오전 1시31분쯤 자신이 현장의 스파이더맨이었다고 밝힌 한 이용자가 “할아버지께서 지하철 관계자 분이랑 싸우시다가 폭행하시려는 장면을 목격하고 경찰이 오기까지 10여분이 걸린다고 해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말렸다”며 “주말에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아이들이 많이 오는 잠실에 자주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머리가 하얘진 채로 갔다. 저는 쫄쫄이 뒤집어쓴 사람일 뿐”이라며 소탈한 모습을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