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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파우치’, ‘감자칩 클러치’ 이어 이번엔 115만원짜리 ‘타월 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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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13 16:00:00 수정 : 2023-11-13 15: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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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에서 영감 얻어 만든 ’트래쉬 파우치’
미 감자칩 봉지 디자인 그대로 프린트한 파우치
매 시즌 파격과 충격을 오가는 패션으로 화제 중심
‘가난을 미화한 상술’ VS ‘허영심 비꼰 예술’ 엇갈려

‘이게 수건으로 보이니?’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가 2024 봄 컬렉션 신상품으로 ‘타월 스커트’를 선보였다.

발렌시아가 2024 봄 컬렉션에 선보인 ‘타월 스커트’. 발렌시아가 홈페이지

베이지 색상의 이 스커트는 언뜻 보아도, 뜯어보아도 수건을 무심하게 허리에 두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수건 치마의 가격은 무려 115만원. 테리 코튼 재질에 앞면에 발렌시아가 로고가 자수로 박혀있다는데 올해 패션계를 강타한 ‘올드머니 룩’답게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다. 남녀 공용으로 스몰(S)과 미디엄(M) 두 사이즈가 있고 현재 발렌시아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선 주문(Pre order)을 받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매 시즌 컬렉션마다 파격과 충격을 오가는 독특한 아이템을 선보이며 이슈를 몰고 다닌다.

발렌시아가 2024 봄 컬렉션에 선보인 ‘타월 스커트’ 앞면(왼쪽)과 뒷면. 발렌시아가 홈페이지

최근 가장 화제된 것은 2022 가을·겨울 컬렉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2주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컬렉션은 런웨이에 눈보라가 세차게 흩날리고, 525개의 좌석 위에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티셔츠가 놓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쇼 막바지에 모델들은 난민을 상징하듯 커다란 검정 봉투를 들고 눈보라 속을 걸었다.

 

큰 화제가 됐던 그 가방의 이름은 ‘쓰레기 파우치(Trash Pouch)’. 쓰레기 봉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이 가방을 보고 네티즌들은 ‘절대 쓰레기 봉투 옆에 놓지 마시오. 누가 버릴지도 모름’이라는 경고를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가방은 비닐 봉투가 아닌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블랙, 블루, 화이트, 레드 네가지 색상으로 나왔으며 가격은 약 230만원(1790달러)이다. 

쓰레기 봉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쓰레기 파우치(Trash Pouch)’. 발렌시아가 홈페이지
쓰레기 봉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쓰레기 파우치(Trash Pouch)’. 발렌시아가 홈페이지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 봉투를 디자인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했다.

 

뎀나는 이어 2023 봄·여름 컬렉션에서 ‘감자칩 봉투’를 그대로 재현한 클러치백을 내놨다.

 

미국의 유명 감자칩 브랜드 ‘레이즈(Lays)’와 협업해 내놓은 가죽 클러치백으로, 얼핏 보면 감자칩 봉투를 들고 나왔나 싶을 정도로 레이즈의 봉투 디자인을 그대로 프린트했다. 감자칩 클러치백의 가격은 약 257만원(1800달러)이다.

 

그는 앞서 태국 야시장에서 볼 법한 비닐 가방를 닮은 빅백 ‘야자백’, 단돈 1000원에 살 수 있는 이케아 장바구니에서 영감받은 ‘쇼퍼백’, 실제 발렌시아가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쇼핑백에서 소재만 변경한 ‘토트백’ 등 일상품을 명품으로 탈바꿈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그렇다고 그가 이슈몰이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쓰레기 봉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쓰레기 파우치(Trash Pouch)’. 발렌시아가 홈페이지

패션업계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비대칭 실루엣과 오버사이즈 룩 등은 뎀나가 프랑스 명품 스트리트 브랜드인 베트멍(vetements)에서부터 추구해 발렌시아가의 정체성으로 승화시킨 스타일이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양말 같은 생김새로 ‘삭스슈즈(sock shoes)’라는 별칭이 붙은 ‘스피드 트레이너’와 발볼이 넓고 투박한 디자인으로 어글리 슈즈 열풍을 일으킨 ‘트리플 S’ 등 발렌시아가 주가를 최고로 끌어올린 제품들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아무나 넘볼 수 없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고집하는 다른 명품 브랜드들과 달리 파격을 넘어 파괴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뎀나의 발렌시아가 디자인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가난을 미화한 상술’이라는 비판과 ‘허영심을 비꼰 예술’, ‘기존의 틀과 경계를 깨부순 디자인’이라는 찬사가 공존한다. 

 

패션계 관습을 타파하고 ‘어글리(ugly) 디자인’을 트렌드로 승화시키는 그의 혁신적인 시도가 발렌시아가를 가장 핫한 브랜드로 만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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