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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을 터뜨렸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뭔가 축하할 만한 일이 있었을 테니. 축제, 결혼, 생일, 승진 등의 연관 단어가 생각난다. ‘너무 일찍’이라는 말이 붙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언제부터 중요 행사에 샴페인이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이미지로 미뤄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가 아닐까. 샴페인 병을 딸 때 나는 요란한 소리와 하얀 거품은 행사 분위기를 돋우기에 제격이다.

소리와 거품이 나는 건 병내 발효 과정에서 발생한 탄산 때문이다. 샴페인은 와인처럼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포도를 압착해 즙을 만들고 효모를 넣어 탱크에서 발효시킨다. 샴페인은 1차 발효한 포도즙을 병에 넣고 다시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만든다. 화이트와인에 비해 과정이 복잡하고 숙성기간도 길다. 샴페인은 높은 산도에 특유의 거품까지 지녀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한다. 포도즙을 포도껍질과 섞어 발효시켜 붉은 색과 떫은 맛을 가미하면 레드와인이 된다.

특히 샴페인은 프랑스 북부의 샹파뉴 지역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만 일컫는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지만 각각 ‘프로세코’, ‘카바’라고 부른다. 샹파뉴가 아니라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샴페인 정통 제조방식으로 제조했더라도 ‘크레망’이라고 한다. 샹파뉴 지역은 토양이 석회암인 데다가 기후가 온화하다. 석회암은 포도에 미네랄을 공급해 맛과 향을 풍부하게 하고, 온화한 기후는 2차 발효를 서서히 진행시켜 부드러움을 더해준다.

엊그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하면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프로야구 우승 현장에서는 대부분 맥주가 쓰였는데 실제로 샴페인이 등장한 것이다. 국내 최초로 프랑스샴페인협회의 라이선스를 얻어 OEM방식으로 생산한 ‘K샴페인’이라고 한다. 황금색 포장과 별 3개 등급이 골드스타, 금성에서 출발한 LG의 세 번째 우승과 딱 맞아떨어졌다. LG 트윈스가 아니라 KT 위즈가 정상에 섰더라면 이 샴페인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LG 트윈스 우승으로 팬들과 LG 임직원뿐 아니라 샴페인 회사까지도 샴페인을 터뜨린 셈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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