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라덴이 9·11 테러를 정당화하기 위해 쓴 글을 다룬 동영상이 급속히 퍼짐에 따라 틱톡이 적극적인 삭제 조처를 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며칠간 틱톡에서는 오사마가 쓴 ‘미국에 보내는 편지’를 홍보하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가 9·11 테러를 일으킨 지 1년 후에 쓴 이 편지에는 9·11을 옹호하면서 미국인들이 유대인들의 ‘종’이 되었으며, 유대인들이 미국 경제와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사마는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주택 파괴 등 중동 무슬림에게 해를 끼치는 데 미국 납세자들이 연루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보내는 편지’ 해시태그(#lettertoamerica)는 틱톡에서 조회수 1000만회를 넘겼으며, 관련 동영상은 X(옛 트위터)에도 흘러 들어갔다. 이 동영상 수천 개가 틱톡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쓴 작가 야샤르 알리의 트윗은 238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1만1000번 이상 리트윗됐다.
동영상이 틱톡에서 급속이 유포되면서 2002년 11월24일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에 보도된 ‘미국에 보내는 편지’ 전문이 최근 가디언 웹사이트의 ‘많이 본 뉴스’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영어로 번역된 이 글 전문을 15일 삭제했다”며 “우리 웹사이트에 게시된 번역본이 전체 맥락 없이 소셜 미디어에 널리 공유됨에 따라 우리는 해당 글을 삭제하고 원래 맥락을 살린 뉴스 기사로 독자들을 안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틱톡은 해당 동영상을 공격적으로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틱톡은 성명을 내고 “(오사마의) 편지를 홍보하는 콘텐츠는 모든 형태의 테러 지원에 관한 당사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 콘텐츠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삭제하고 있으며, 어떻게 우리 플랫폼에 유입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9·11을 옹호하고 반유대주의를 조장하는 글이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자 백악관도 나섰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알카에다 지도자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 공격을 저지른 후 발표한 혐오스럽고, 사악하며, 반유대주의적인 거짓말을 유포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