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거의 떨어져 갈 무렵, 포근했던 바람이 갑작스레 매서워졌다. 두터운 옷가지를 준비하기도 전에 찾아온 겨울 한파. 꽁꽁 얼어붙을 것 같은 날씨에도 동묘시장 헌책방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책 무더기를 살펴보는 사람들. 한참을 살펴보며 고민하던 한 노인은 서양미술사 책을 한 권 사 갔고, 털모자를 푹 눌러쓴 아저씨는 자기개발서 한 권을 사 갔다. 몸은 비록 추위에 떨리지만 다들 마음속 따듯한 핫팩을 하나씩 손에 쥐고 돌아간다.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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