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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115만원짜리 ‘타월 스커트’ vs 이케아 9900원짜리 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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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19 15:52:45 수정 : 2023-11-19 15: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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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115만원짜리 신상품 ‘타월 스커트’를 이케아(IKEA)가 9900원짜리 수건으로 패러디해 화제다.

 

앞서 발렌시아가는 이케아의 1000원짜리 쇼핑백을 패러디한 가죽백을 선보인 바 있다. 네티즌들은 두 브랜드를 ‘발렌시케아’(발렌시아+이케아)라고 부르며 이들의 패러디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2024 봄 컬렉션 신상품으로 베이지 색상의 타월 스커트를 선보였다.<세계일보 11월14일자 19면 보도>

발렌시아가 2024 봄 컬렉션에 선보인 ‘타월 스커트’와 이를 9900원짜리 수건으로 패러디한 이케아. 발렌시아가 홈페이지·이케아 인스타그램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선 주문(Preorder)을 받고 있는 이 제품은 남녀 공용으로, 샤워하고 나와 허리에 두른 것처럼 무심하게 바지 위에 둘러 입는다. 테리 코튼 재질에 허리 라인 내부에 버튼 2개가 달려 있으며 앞면에는 톤온톤으로 발렌시아가 로고 자수도 있다.

 

제품에서 기대하는 반전은 없었다. 대신 이케아가 나섰다. 

 

이케아 영국 인스타그램(@ikeauk)은 한 남성 직원이 검은 선글라스와 검은 후드티,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수건을 허리에 두른 사진을 올렸다. 발렌시아가 ‘타월 스커트’ 착용샷과 모델의 포즈까지 그대로 흉내낸 것이다.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게시글에는 ‘신상 비나른 타월 스커트를 소개한다’며 ‘2024년 필수 봄 패션 아이템’이라고 써 있다. 비나른 바스타월의 가격은 16파운드로 한화로 약 2만6000원이다.

 

이케아 코리아 인스타그램도 ‘2024 봄 패션 아이템, VINARN 비나른 타올 스커트를 소개합니다. 전국 매장 및 온라인몰에서 만나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타월 사진을 올렸다.

 

심지어 타월 가격은 영국보다 훨씬 싼 9900원이다.

쓰레기 봉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쓰레기 파우치(Trash Pouch)’. 발렌시아가 홈페이지

이케아 코리아는 한 술 더 떠 타월 스커트를 입은 해당 모델이 파란색 이케아 쇼퍼백까지 들고 있다. 

 

이 쇼퍼백의 이름은 프락타(Frakta)로, 2016년 6월 발렌시아가의 남성복 컬렉션에 등장한 ‘캐리 백(Carry Bag)’의 ‘원조’다. 이케아가 발렌시아가 백을 패러디한 것이 아니라 발렌시아가가 이 쇼퍼백에서 영감을 받아 캐리 백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이후 이케아는 자신들의 쇼퍼백으로 스마트폰 수납 전용 목걸이를 만들고 그 방법도 공유했다. 

 

SNS에는 재야의 고수들이 이케아 프락타 백으로 지갑, 슬리퍼, 스니커즈, 재킷 등을 직접 만들어 착용한 사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발렌시아가는 이케아의 패러디를 불쾌해할까?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는 캐리 백을 선보인 이듬해 1월 자신이 만든 프랑스 명품 스트리트 브랜드 베트멍의 2017 F/W 쇼 당일 이케아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레이즈 감자 칩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발렌시아가 클러치 백. 발렌시아가 홈페이지

뎀나 즈바살리아는 매 시즌 컬렉션마다 파격과 충격을 오가는 독특한 아이템을 선보이며 이런 패러디와 풍자를 즐기고 있다.

 

발렌시아가의 2022 F/W 컬렉션에서 쓰레기 봉투에서 영감을 얻은 ‘쓰레기 파우치(Trash Pouch·약 230만원)’를 선보였던 그는 디자인에 대한 비판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 봉투를 디자인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뎀나는 이어 2023 봄·여름 컬렉션에서 미국의 유명 감자칩 브랜드 ‘레이즈(Lays)’의 봉투 디자인을 그대로 프린트한 ‘감자칩 클러치백’(약 257만원)을 내놨다.

레이즈 감자 칩과 발렌시아가 클러치 백 비교. 다이어트 프라다 인스타그램 캡처

아무나 넘볼 수 없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고집하는 다른 명품 브랜드들과 달리 파격을 넘어 파괴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뎀나의 발렌시아가 디자인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가난을 미화한 상술’이라는 비판과 ‘허영심을 비꼰 예술’, ‘기존의 틀과 경계를 깨부순 디자인’이라는 찬사가 공존한다. 

 

패션계 관습을 타파하고 ‘어글리(ugly) 디자인’을 트렌드로 승화시키는 그의 혁신적인 시도가 발렌시아가를 가장 핫한 브랜드로 만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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