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전남단체장 8명 모두 접근
경찰 고위간부와 친분관계 과시
일부 1심서 증거 불충분 풀려나
지자체 공사 등 수주 대가 받은듯
檢, 경찰 최고위직으로 수사 확대
검찰에 구속된 60대 ‘사건 브로커’가 지난해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은 전남 지역 자치단체장이 잇따라 무죄를 받거나 불구속 수사를 받아 경찰과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가상자산 투자 사기 혐의로 광주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탁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성모(62)씨를 구속했다.
◆선거법 위반 단체장 수사 영향력 행사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남 단체장은 모두 8명이다. 성씨는 이들에게 경찰 고위 간부와 같이 찍은 사진 등을 보여 주면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며 접근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건의 무게에 비해 불구속 기소되거나 1심에서 무죄를 받아 성씨의 영향력이 미쳤는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A단체장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여러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과 검찰이 고의로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결국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A단체장 부인도 ‘당선 무효 유도 혐의’로 기소됐지만 공모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가운데 유일하게 무죄를 받았다. 그러자 성씨는 주변에 “검경 인맥을 동원해 힘을 썼다”는 얘기를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는 광주경찰이 수사하는 B단체장의 사건 무마를 위해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B단체장을 수사하던 팀이 성씨의 외압에 굴복하지 않자 책임자와 담당자에 대한 험담을 일삼고 이들의 인사 발령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B단체장은 주변에 “성씨를 믿고 무죄를 확신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해진다. 전남경찰청이 수사하던 전남 C단체장 부인의 뇌물수수 사건에도 성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인은 올해 업자로부터 비서실장을 통해 수천만원을 받았다가 다시 돌려준 혐의로 고발됐다. 이 사건을 수수한 경찰은 금품 전달자만 기소하고 C단체장 부인은 무혐의 처분했다.
성씨는 이처럼 단체장의 사건 무마에 성과가 나면 그 대가로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공사를 수주받았다. 주로 보행데크 공사 수주를 받은 성씨는 직접 공사를 시행하지 않고 업체에 리베이트를 받고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에 납품하는 각종 관급 자재 납품권에도 성씨가 관여했다. 검찰 조사에서 성씨에게 관급 자재 납품권을 받은 여러 업체가 성씨 통장으로 입금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인사 쥐락펴락… 치안감급 4명도 수사 대상
성씨는 20년 전부터 광주·전남에서 경찰 인맥을 관리해 오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경찰 고위간부가 포함된 골프 모임을 주도하면서 ‘사건 해결사’의 영역을 넓혀 왔다고 한다.
브로커 성씨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8월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가 성씨 등 2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면서부터다. 성씨가 경찰 고위급 인사를 통해 승진 인사에 관여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성씨와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는 현직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찰 수사관 1명과 전직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지낸 경무관 1명, 전남경찰청 퇴직 경감 등 3명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전 전남지방경찰청장은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경찰 최고위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직 치안정감과 치안감이 관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성씨가 전남경찰청을 중심으로 주로 활동해 지방청장을 거쳐간 역대 치안감이나 간부 출신 치안감 승진자 4명(전·현직)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성씨가 경찰 승진 인사에 실제 개입했는지로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전남경찰청 소속 승진자를 수사 대상에 올려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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