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학교 교수 시절 집필한 상당수 논문이 표절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자리를 옮긴 대학에서도 물의를 일으킨 의혹이 있는 전직 교수가 경남도 산하기관인 경남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채용돼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연구원(연구원)은 지난 3월 초 △우주항공·방위산업 △관광산업·관광개발 △도시계획 △경제·경영 4개 분야 연구직 연구위원을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연구원은 지역경제와 산업정책, 지역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거나 정책 개발 등을 연구하는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이다.
연구원은 지난 4월 말 각 분야 1명씩 총 4명의 연구위원을 채용했다.
그런데 경제·경영 분야 연구위원으로 채용된 A씨의 경력을 두고 자질 논란이 일면서 연구원 안팎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A씨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의 한 대학교 교수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이 당시 집필한 논문 상당수가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으로 파악됐다.
표절 시비가 불거진 9건의 논문 중 1건을 제외한 8건이 저작권 위반 등 표절로 드러나 해당 학회에서 뒤늦게 논문을 철회하거나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A씨는 2012년부터 지난 3월까지 경남의 B대학교에 교수로 근무했는데, 이 학교에서도 물의를 일으킨 의혹을 받고 있다.
취재 결과 논문 표절 시비로 재판에 넘겨졌던 A씨는 2021년 2월 유죄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고,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A씨는 표절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학교에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며 지난 1월 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B대학은 지난 3월 A씨 사직서를 수리했다.
A씨는 B대학 퇴사 후 곧바로 경남연구원 채용 공고에 응시했고 합격했다.
표절 등 A씨 경력에 대해 연구원 노조가 문제제기를 했지만, 연구원은 ‘문제가 없다’며 A씨 임용을 강행했다.
논문 표절은 한참 전의 일이며, 임용 직전 3년 간의 논문 등을 실적으로 평가하기에 A씨 채용 과정에서 하자가 없다는 게 연구원 입장이다.
그럼에도 연구원은 A씨 채용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연구원 고문변호사에게 자문까지 받았고, 내부 구성원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은 최근 경남도의회에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이런 내용을 지적받기도 했다.
연구원 내부 구성원들은 A씨가 어떻게 연구위원으로 채용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도민을 위해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게 주목적이자 주업무인 연구위원의 논문 표절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 심각한 사안”이라며 “같은 구성원으로서 너무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씨가 채용 후 작성한 보고서 등 결과물이 자체 연구심의 결과 재수정 조치를 받기도 했는데, 이런 사례는 이례적이다”며 “이런 자질 논란이 있는 인물을 연구위원으로 뽑은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저의 채용과 관련해 지적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다.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경남연구원장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 있더라도 연좌제가 아닌 이상 책임을 계속 묻기도 어려울뿐더러 현재 채용 시스템상 A씨 임용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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