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글로벌 금융위기 예견하며 스타로
“대세 편승한 삶, 편해도 옳진 않아” 쓴소리
30년 애널리스트, 영원한 ‘이코노미스트’로
영원한 이코노미스트(경제전문가)이자 29년간 여의도 증권사 애널리스트 활동 후에도 방송과 강연, 유튜브 등을 넘나들며 황성한 활동을 해온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2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1세.
이 전 센터장은 2000년 닷컴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두고 하락장을 정확히 경고해 ‘한국의 닥터 둠(Doom·파멸)’이란 별명이 붙었다. 닥터 둠은 1987년 미국 투자전략가 마크 파버가 뉴욕 증시 대폭락을 예견하면서 붙은 경제비관론자의 별칭이다.
그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모두가 ‘상승’을 외칠 때, 소신 있게 ‘하락’을 경고한 인물로 유명하다. 2018년 5월을 끝으로 29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 생활을 청산하고 이코노미스트로 최근까지 활동해 왔다. 그는 퇴직 직후인 2018년 7월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증권사를 나온 요즘이 더 행복하다. 주변에선 경제연구소를 세우라고 하지만 자유로운 이코노미스트의 길도 나쁘지 않고”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센터장은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우경제연구소 조사부를 시작으로 여의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원래 대학교수를 하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공부를 더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찾은 곳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연구소였다”고 당시를 회고한 바 있다.
그는 1993년부터 4년간 대우투자자문에서 펀드매니저로 잠시 외도한 기간을 빼면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미래에셋증권 운영전략센터 실장을 거쳐 한화투자증권·교보증권·HMC투자증권(현 현대차증권)·아이엠투자증권(현 메리츠종금증권)·IBK투자증권에서 무려 16년간 리서치센터장을 맡았다.
이 전 센터장은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것은 결국 자기 확신이 없고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말만 하고 대세에 편승하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전 센터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02-3010-2000)에 마련됐다. 발인은 24일 오전 5시. 유족으로는 부인 고정희씨, 아들 이영훈·영재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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