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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천엔, 방문 수령해야” 日 ‘이지메’식 기초수급비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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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23 09:50:55 수정 : 2023-11-23 09: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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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마현 키류시, 기초생활수급자에 임의로 분할 지급
50대 남 “지병 앓는데도” 매일 구직증명, 직접 수령
“하루 8700원 부족”, “받자마자 쓰니 ‘생활 지도’ 의미”
“‘이지메’식 복지” vs “복지 남용 방지”…취약계층 혐오↑
나카미치 무네히로 군마 사법 서사회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1일 일본 군마 현 키류시 관공서에 생활보장수급자 생계 수급비 운용 개선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시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모습. 마이니치신문

 

일본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생활보장수급자에게 생계 수급비를 매월 일괄 지급이 아닌 매일 현금 1000엔(8700원)씩 직접 수령 및 분할 지급을 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군마 현 키류시 지역민인 50대 남성 A 씨는 시로부터 구직활동 증명을 조건으로 매달 생계 수급비 7만엔(60만7700원)을 받아야 했다.

 

일본은 생계가 곤란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매달 생계 수급비를 지급하는 생활보호수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초생활보장제와 같다.

 

그런데 시는 지난 8월 18일부터 A 씨에게 매달 계좌를 통한 일괄 지급이 아닌 이 같은 방식으로 지급해왔다.

 

A 씨는 한국의 워크넷과 같은 ‘헬로워크(공공직업안정소)’를 통해 매달 시에 구직활동 증명서를 제출하는 조건을 충족하면 수급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는 A 씨에게 “매일 직업소개기관에 구직활동 증명서 서류 및 도장을 받아 제출해야만 줄 수 있다”며 임의로 지급에 제한을 걸었다.

 

이 때문에 A 씨는 매일 헬로워크 관련 지역사무소에 방문해 구직활동증명서를 받아 시에 제출하고 시청 창구에서 현금으로 수급비를 받아야 했다.

 

A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하루 1000엔으로는 생활하기 힘들다. 분할 지급도 납득할 수 없다”며 “질병 치료로 통원하고 있어 매일 헬로워크를 방문하는 것은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키류시 측은 “돈을 받자마자 즉시 사용해버리므로 ‘생활 지도’의 의미를 담아 조건부 지급을 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러한 행태가 보도를 통해 여론에 불거지자 시는 지난 12일 시로부터 수급비 미지급분 13만4180엔을 전액 지급했다.

 

일본의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사실상 지자체가 수급자를 대상으로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한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또 “A 씨의 수급비가 월 7만엔임에도 매일 1000엔씩 제한해 지급한 것 또한 미지급 등 현행법 위반”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부 수급자들의 일탈적 수급비 소비에 따른 복지 남용을 막으려 한 것”이란 반론도 제기돼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혐오 논란 또한 나오고 있다.

 

일본에는 ‘생활보호수급자(生活保護受給者)’ 단어 가운데 두 글자를 딴 ‘생보(生保)’를 일본어 훈독으로 풀어쓴 ‘나마포(ナマポ)’란 멸칭적 단어가 있다.

 

이것은 한국 속어처럼 ‘날로 먹는다’란 뜻으로 기존에는 부정수급자를 경멸하는 속어였으나 최근에는 수급자 전체를 지칭하는 혐오 표현으로 변했다.

 

한편 군마 사법서사회는 아라키 에지 키류시장 앞으로 수급비의 운용 개선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현지용 온라인 뉴스 기자 h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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