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뺀 12곡 직접 연주
깊어진 통찰·원숙함 담겨 있어
‘사라짐의 아름다움’ 추구 철학
반복 녹음하는 것 선호 안 해
“40년 전에는 굉장히 용감했습니다. 감히 고등어를 가사로 넣는다든지 클래식의 ‘크’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그런 연주를 해 본다든지. 저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지금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조금 안다고 할 만큼 어느 정도 익었는데, 늘 초조합니다. 용감한 게 없어진 것 같아요.”
대한민국 록 밴드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산울림’ 출신 가수 김창완이 24일 독집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표한다. 2020년 발표한 ‘문(門)’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독집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40년 전 김창완이 서른 살이 되기 직전에 발표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으로 일흔을 앞둔 그의 깊어진 통찰과 원숙함이 담겨 있다.
김창완은 23일 서울 벨로주 홍대에서 가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용감한 게 없어졌지만, 음악이 사라져서 좋다는 마음은 같다”며 “음악은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이것처럼 명징한 아름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라짐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는 반복적으로 녹음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창완은 “여러 번 노래를 불러 더빙을 하면 사라지는 순간의 것들이 벽돌처럼 박힌다. 내 귀에는 그런 서걱거림이 들린다”며 “(단 한 번의 연주와 녹음으로) 어색하고 틀린 부분도 있지만, 그 사라지는 소리가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녹음을) 오래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13곡이 수록됐다. 앨범과 동명인 타이틀곡은 전자 음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복고풍 정서를 담은 신스팝이다. 업템포의 일렉트로닉 비트에 실어 담담하게 노래하는 김창완의 목소리는 강렬하진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선율과 가사를 통해 은근하지만 강한 중독성을 담고 있다.
“지구인으로서 어슬렁거리는 이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거기를 걷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자연보호입니다. 빨대 하나까지도 신경을 곤두세울 정도로 얼마나 우리가 세상을 각박하게 만들었는가라는 그런 반성도 (노래에) 있습니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12곡 모두 김창완이 연주하는 기타와 그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어쿠스틱한 곡들이다. 기존에 발표했던 곡들도 담았지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과 동요풍의 ‘이쁜 게 좋아요’는 이번에 처음 공개된 곡이다.
앨범은 24일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무선 통신 기술인 NFC를 활용한 카드 앨범과 CD는 다음달, 스페셜 박스로 구성된 LP(바이닐) 앨범은 내년 봄에 출시될 예정이다. 다음 달 13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는 크라잉넛과 합동 공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창완은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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