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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김기현·이재명의 쪽지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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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26 23:03:21 수정 : 2023-11-26 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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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초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이 추경 예산안 심사 때 한국당 의원들에게 ‘내년도 예산 민원을 받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내놓고 미리 ‘쪽지 예산’을 받겠다고 한 것이기에 적잖이 논란이 됐다. 2012년 12월31일 국회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 회의장에는 여야 지역구 의원들이 A4 용지에 지역사업명과 예산액 등을 적은 뒤 3~4번 접은 쪽지를 회의장 안으로 끊임없이 밀어넣었다. 쇄도한 쪽지예산 탓에 2013년도 예산안은 해를 넘겨 처리됐다.

쪽지예산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산안 처리는 투명해야 하는데 쪽지예산은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건네진다. 예산 결정 마지막 단계인 예결위 심사 때 끼어들다 보니 엄밀한 사업 타당성 조사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예산 편성 원칙을 근본부터 흔든다. 과거 쪽지 예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회는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다짐해왔지만 다 빈말이었다.

여야가 국회 본회의 일정을 잡지 못할 정도로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와중에 여야 당 대표가 사이 좋게 지역구 개발 사업을 각각 20억원 안팎씩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 각종 건설 사업 명목으로 예산 22억원 신규 증액이 요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도 도로 개설을 위한 목적으로 총 18억8000만원 증액이 요구됐다. 여야 당3역도 지역구 예산을 살뜰히 챙겼다.

‘쪽지’를 통한 여야 실세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는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 국회 예결특위 ‘소소위’가 가동될 경우 쪽지·카톡·문자 예산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내년엔 총선이 있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얼마나 많은 선심성 지역 개발 민원이 밀려들지 알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쪽지 민원’으로 예산 나눠 먹기를 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관행 근절에 앞장서도 모자랄 여야의 대표가 이에 가세하고 있으니 혀를 찰 노릇이다. 여야 대표 모두 자신의 지역구 예산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을 보니, ‘험지 출마’ 생각도 없는 게 분명하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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