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 입장… 현정부 맞춤형 인사
대통령실·국정원 가교 역할 적임자
野 “차장 先임명… 용산체제 강화 의도”
전문가 “국정원장 공석에 국민 불안”
국가정보원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 홍장원 신임 국정원 1차장은 차기 국정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용현 경호처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모두 막역한 사이로 국정원 내 ‘용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26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날 홍 차장과 함께 신임 2차장에 임명된 황원진 전 국정원 북한정보국장은 직전까지 김규현 원장 특보를 지냈다. 원장 특보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대통령의 의중과 대통령실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자리라고 한다.
홍 차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장교 시절 국정원으로 넘어와 대북 공작 파트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 선배인 김용현 처장, 김태효 1차장과 모두 막역한 사이로 전해졌다. 용산의 ‘복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국정원장으로는 김 처장이 유력 거론되는 가운데 김 차장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후보로 거명된다.
육사 출신 예비역들의 말에 따르면, 홍 차장은 국정원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동안 육·해·공군사관학교에서 졸업생 중 2∼3명이 소대장 등의 근무를 마치고 국정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제도가 운영됐는데, 홍 차장도 1990년을 전후로 이 제도를 통해 국정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홍 차장과 황 차장은 각각 대북 공작, 대북 정보통으로 남북 교류보다는 북한에 강경 입장을 취하는 현 정부 대북관이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정원의 가교 역할 적임자에 현 정부 대북관과 통하는 맞춤형 인사로 보인다.
홍 차장은 후임 국정원장 인선까지 직무대행을 맡는다. 대통령실은 원장직을 오래 비워 둘 수 없다고 보고 인선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해서 검증 과정 등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보기관 수장을 오래 비워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최대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거듭된 국정원 인사 파동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국정원 지휘부 일괄 사임을 두고 “그동안 국정원의 인사참사가 1∼2번도 아니고 4∼5번 반복될 동안 (용산 대통령실이) 손을 안 쓰고 있었다”며 “국정원이 아니라 걱정원이었다. 지금까지 끌고 온 게 문제이고 너무 늦었다고 본다”고 했다.
윤 의원은 지휘부 일괄 사임 후 국정원장에 앞서 1, 2차장이 먼저 임명된 것에 대해선 “용산이 국정원을 관할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원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조직을 둘러보고 차장 인선을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국정원을 용산이 장악하고 직접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구심을 만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정원 수뇌부 인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국정원장으로서의 리더십이 핵심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인사 문제”라며 “국가안보의 가장 정점에 있는 조직 중 하나인 국정원의 수장과 1, 2차장을 이렇게 인사를 하면 국민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현규 신한대학교 특임교수는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 수뇌부들을 동시에 바꾸고, 후임 원장을 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1차장이 대리근무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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