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비서실장 ‘인사 전횡’에
尹, 1급 승진 인사 번복 초유 사태
비서실장 사퇴 후에도 ‘입김’ 정황
11월 초부터 김 원장 교체설 제기
신임 1·2차장 모두 원장특보 출신
대통령실 조직 재정비 의지 반영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은 지난 6월 내부 인사 파동으로 국정원을 떠난 A씨가 김 원장 체제에서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며 조직 불안정이 지속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공석이 된 국정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홍장원 신임 국정원 1차장은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측근으로 용산의 더 철저한 관리하에 국정원 조직 정비에 나서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 6월 김 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신임 이후에도 김 원장과 A씨, 권춘택 전 1차장과 국정원 인사기획관을 지낸 S씨 등을 중심으로 국정원 내부 갈등이 지속됐다.
A씨는 김 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지난 6월 A씨의 인사 개입이 뒤늦게 알려지며 윤 대통령이 재가했던 국정원 인사가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1급 인사를 낸 뒤 이를 일주일 만에 번복하며 전원 직무대기 발령을 내렸다. 국정원 내 기반이 약했던 김 원장이 A씨의 입김에 영향을 받아 무리한 인사를 했다는 지적이 대통령실에 제기됐고, 그 여파로 A씨는 국정원을 떠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권 전 차장과 S씨는 A씨와 대척점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국정원을 떠난 뒤에도 김 원장과 소통하며 내부에 영향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씨에 대한 각종 음모론이 제기됐고, 그 여파로 S씨는 약 6개월간 내부 감찰을 받았다고 한다. 인사기획관이 감찰 대상이 되면서 국정원 내부 인사가 막히는 비정상적인 체제가 지속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S씨에 대해선 ‘이전 정부에서 특혜를 받아 승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찰 태스크포스(TF)에 있었다’ 등 좌우 편 가르기 논리에 기반한 흔들기가 지속됐지만 감찰 결과 특이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S씨는 10월 중순 사표를 제출했고 지난 13일 수리돼 국정원을 떠났다. 현재는 국정원 전 감찰처장이 후임 인사기획관에 임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S씨는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과 가까운 사이로 대통령실과 국정원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했던 인물이다. S씨가 감찰을 받은 데는 김 원장과 A씨가 비서실장 시절 앉힌 국정원 내 주요 인사들이 개입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파동이 거듭되며 A씨의 입김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대통령실에 제기됐고 지난 10월 말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에서 정황이 확인되자 11월 초부터 김 원장 교체설이 국정원 안팎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11월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와 영국·프랑스 순방으로 자리를 비우는 만큼, 순방 이후 김 원장 거취를 결정하기로 당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김 원장 교체설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면서 내부적으론 후임 인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신임 1차장과 황원진 신임 2차장은 ‘김규현 체제’에서 원장 특보를 지냈다. 원장 특보는 사실상 대통령실에서 임명하는 자리로, 해당 인물들을 1, 2차장에 기용한 건 대통령실과의 교감을 강화해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A씨와 가까운 국정원 내 주요 보직자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김 원장과 권 차장, S씨 등 주요 인물들이 국정원을 떠나면서 앞으로 내부 정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원장 체제를 끝내지 않고선 국정원 내 분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 것도 이번 교체 배경으로 언급된다. 김 원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국정원 내 입지가 약했고, A씨에게 조언을 구하며 조직을 이끈 것이 인사 파동 사태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재신임을 했던 것도 역할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총선을 한참 앞두고 인력을 이동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다음 교체까지 시간을 번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도 있다. 내년 총선을 전후로 교체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지만, 현 체제로는 조직 불안정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고 교체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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