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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衣食住)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3가지 필수요소다. 이 가운데 유독 한국인은 집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 ‘세상살이 설움 가운데 집 없는 설움이 가장 크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자가(自家)·전세(傳貰)를 묻는 호구조사까지 했다. 그만큼 집은 우리에게 성공의 상징이었다. 단순히 힘든 몸을 이끌고 돌아와 몸을 누이는 곳일 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이 촘촘하지 않은 한국인에겐 노후를 책임지는 든든한 보루였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는 생활의 편의성을 넘어 어느 순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부동산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강남불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분양가격 상승으로 청약통장의 인기가 시들했다지만 9월 말 기준 전국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여전히 2580만여명에 달한다. 한때는 사회초년생이 가장 먼저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청약통장 가입이었다.

아파트를 얻을 목돈이 없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이 빌라(다세대·연립)다. 관리·주차 등 편리성에서는 아파트와 견줄 수 없지만 출퇴근이나 통학이 용이한 서울·수도권을 벗어나지 않고도 싼값에 전·월세를 구하기 쉬워서다. 그런 빌라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잇따른 빌라 사기로 ‘빌라포비아’가 확산한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빌라 매매는 8만5525건으로 전년 대비 4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가 8.2%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올해 전국 주택 전세거래 총액 가운데 아파트가 80.4%, 비아파트가 19.6%였다. 비아파트 비중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11년 주택 임대실거래가 발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전세사기가 몰린 수도권의 비아파트 전세 거래총액 비중은 17.1%로 전국 통계보다 더 낮았다.

무리해서라도 서울·수도권 내 소형 아파트를 찾는 주거난민이 속출하고 있고, 구축아파트 전세가격까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전세는커녕 월세로 내몰리는 이들이 속출할까 봐 걱정스럽다. 주거약자의 간절함을 악용한 전세사기는 엄벌해야 마땅하다. 집이 투기·욕망의 대상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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