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를 경찰에 고발했다.
교육부는 1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해당 학부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대형 경찰공무원 학원 유명 강사인 A씨는 수능 다음날인 지난달 17일과 21일 교사 B씨가 재직 중인 학교에 찾아가 협박과 폭언 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수능 당일 A씨의 자녀를 부정행위로 적발했다는 이유다.
서울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A씨는 B씨에게 자신이 변호사라고 밝히면서 “우리 아이의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망가뜨려 주겠다”고 했으며, A씨의 아내는 B씨의 학교 앞에서 ‘파면’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A씨의 행동에 대해 “수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매우 잘못된 이의제기 방법으로, 명예훼손, 협박 등의 범죄행위로 보여진다”라며 교육부 장관과 서울시교육감이 공동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발 방침이 알려지자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죄송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A씨는 사과문에서도 자신의 자녀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육 당국의 고발 방침에 교원단체들은 환영한다면서도 수능 감독관을 보호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감독관 교사의 학교까지 알아내고 직접 찾아와 협박, 1인 시위 등의 악성 민원을 제기한 사건으로 교사들이 받은 충격이 크다”며 “권한과 책임은 막중한 것에 비해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수능시험을 운영하고 감독하는 교사들은 수험생인 제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에 앞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의 피해 교사는 ‘이 사건이 공론화돼 교사들에게 책임만 많이 요구하고 권한은 없는 수능 운영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며 “교육 당국은 수능 운영과 관련된 교사들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30여 년째 제자리인 수능 운영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입장문을 통해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수능 감독과 관련된 과도한 학생의 항의, 학부모 민원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고, 교원들은 수능 감독을 갈수록 기피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헌신만 요구받을 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어떤 교원이 앞으로 수능 감독에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총은 “교사들에게 수능시험 감독은 부담스러운 업무로 여겨진다. 작은 소리에도 항의받기 일쑤인 환경인 데다,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발견해 조치한 경우 분쟁에 휘말려 항의가 잇따르거나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수험생들의 항의가 두려워 정전기가 나지 않는 옷과 무음 시계를 준비하고, 혹여 배에서 나는 소리가 시험에 방해될까 봐 아침 식사도 거른다는 호소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교육 당국은 교원들의 수능 감독 고충을 외면하지 말고 수능 감독이 기피업무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배려와 지원을 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원 보호, 민원 대응, 소송 지원방안 등 종합대책 마련하고, 악성 민원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는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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