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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검사 결과 나는 INFJ에 속한다고 한다. 보통 ‘인프제’라 읽는다는데 나는 듣고도 매번 잊어버린다. 사실 MBTI 검사는 이미 저 까마득한 대학 신입생 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 살아오면서 그것을 상기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서너 해 전부터인가 여기저기서 MBTI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얼마 전 강의 시간에 학생들이 내게 유형을 물어보기에 이르렀다. 네? 모르신다고요? 내가 생일이나 국적을 모른다고 한 것도 아닌데 다들 놀라 나자빠지기에 나야말로 어리둥절했다.

사실 나는 내가 어떤 유형인지보다 MBTI라는 용어의 뜻이 더 궁금했다. 검색해 보니 그것은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어로서 마이어와 브릭스는 프로그램 개발자 모녀의 이름이었다. 오, 그렇구나, 하고 나는 또 잊었다.

그런데 엊그제 딸아이 하교를 위해 교문 앞으로 갔을 때였다. 아는 엄마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기에 인사했더니 그들이 불쑥 딸아이 MBTI를 물었다. 알고 보니 초등학생용 MBTI 검사도 있다는 것이었다. 돌아가신 마이어와 브릭스에게는 물론 나로서도 금시초문이었지만 어쨌거나 흥미로운 이야기였는데, 일단 질문이 일상적이라는 점과 대답이 주관식이라는 점이 그러했다.

아이 앞에서 슬픈 표정을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해 보라. 엄마가 어제 힘든 일이 있어서 빵을 좀 사왔어. 그때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유형을 판단할 수 있단다. 한 엄마가 말했다. 저희 딸은 속상한 얼굴로 저를 안아 주면서 뭐가 그리 힘들었냐고 묻더라고요. 다들 그건 F에 속한다고 했다. 다른 엄마가 말했다. 저희 아들은 대뜸 무슨 빵을 샀냐고 그 빵 어디 있냐고 물었어요. 다들 웃음을 터뜨리며 그건 T라고 했다. 같이 웃기는 했지만 내가 실은 F가 뭐고 T가 뭔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린 엄마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 딸아이에게 꼭 물어보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나는 아이 앞에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있잖아. 엄마가 어제 좀 힘든 일이 있어서 빵을 사왔어.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대꾸했다. 왜? 힘든데 왜 빵을 사? 힘들 때 빵을 사면 안 힘들어? 차라리 커피를 마시지 그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건 어느 유형에 속할까 누구에게든 물어보고 싶었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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