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주체 불분명…"합동 점검해도 현장서 적발 아니면 단속에 한계"
주점이 몰려 있는 서울 중구의 번화가 한 켠의 무인 성인용품점.
365일 24시간 영업한다는 분홍색 문구가 가게 전면을 둘러 장식돼 있어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보니 유리로 된 출입문에는 붉은 글씨로 '19세 미만 출입 고용 금지 업소'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신용카드 등을 기기에 넣어야 문이 열리는 일부 무인상점과는 달리 손잡이를 밀자 그냥 문이 열렸다.
별다른 성인인증 절차가 없어 청소년도 마음만 먹으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콘돔, 러브젤뿐만 아니라 남성용·여성용 자위기구 등 각종 성인용품이 한눈에 보였다.
구매도 성인인증 없이 가능했다. 가게 안에 놓인 키오스크에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한 후 카드를 투입하면 그만이었다.
키오스크에는 '결제 내역엔 성인용품과 관련된 어떠한 문구도 표시되지 않는다'며 '영수증엔 OO마트로 표기되니 안심하고 결제하셔도 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성인용품 구매 내역을 알리고 싶지 않은 성인 고객들을 위한 조치겠지만 청소년이 부모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성인용품을 구입해도 집에 들킬 염려도 없는 것이다.
무인 성인용품 가게는 두 곳의 체인점만 기준으로 해도 전국에 220곳이 넘는다. 청소년이 마음만 먹으면 별다른 규제 없이 드나들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대목이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성인용품은 청소년 유해물로 분류돼 청소년이 매장에 입장할 수 없다. 무인 성인용품 매장 입구에 '19세 미만 출입 고용·금지 업소'라는 문구가 써 있는 것도 이 법에 따른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에도 여성 신체모형의 남성 자위기구나 모터가 달린 남성 성기모형의 여성 자위기구 등 성기구는 청소년에게 판매가 금지되고 있다.
여가부 고시는 청소년 유해물건을 판매하거나 대여를 위해 성기구를 전시·진열한 업소에도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은 또 청소년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물건을 판매·배포한 자, 청소년을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출입시킨 자에 대해 각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무인 성인용품 가게에 대한 청소년 출입 단속과 처벌은 쉽지 않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 유해 업소 단속과 관리·감독 업무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며 "시군구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점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청 등 지자체에서는 무인 성인용품 가게가 신고나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에 따라 학교에서 직선거리 200m 반경을 벗어나면 인허가가 없어도 개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지자체와 관할 경찰서가 주기적으로 합동점검을 하기는 하지만 단속 역시 쉽지는 않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청소년이 무인 성인용품 가게에 출입하거나 물건을 사는 현장을 적발하지 않는 이상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리감독의 주체를 분명히 해 무인 성인용품 가게에 대한 청소년 출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학교에 안 다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많아 무인 성인용품 가게는 이들에게 충동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들이 왜곡된 성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며 "성인용품 가게가 구청의 인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자체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되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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