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금초 ‘에어로빅 힙합’ 수업
학생들 눈높이 맞춰 재미에 중점
참여·만족도 높아 이달 수업 연장
女, 男 대비 체육활동 태부족 문제
대한체육회 초·중·고 스포츠 지원
지도교사 “건강만큼 자신감 커져”
“체육활동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그냥 춤을 추고 음악도 듣는 즐거운 시간이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지난달 29일 경기 고양시 오금초등학교에서 만난 연지효(6학년)양은 방과 후 이뤄지는 ‘에어로빅 힙합’ 수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연양은 “부모님이 추천해 주셔서 참여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며 “가사가 외국어인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다 보니 영어 공부까지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오금초에서는 지난 9월부터 매주 수요일, 에어로빅 힙합 수업이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은 대한체육회가 여학생들의 체육활동 강화를 위해 마련한 ‘초·중·고 여학생 대상 종목별 스포츠 교실’ 중 하나다. 대한체육회는 학창 시절이 여성의 평생 체육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중요하다고 보고 특히 여학생의 체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에 비해 체육활동이 부족하다. 교육부 등이 조사한 ‘2022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숨이 찰 정도의 신체활동을 한 여학생은 전체의 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하는 이유로는 ‘건강을 위해서’(20.6%)보다 ‘재미있어서’(33.3%)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체육활동이 부족한 여학생에게 운동을 노출하기 위해서 재미가 따라와야 한다는 뜻이다.
오금초에서 대한체육회가 지원하는 에어로빅 힙합 수업을 신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록미(45) 오금초 체육 교사는 “여학생들은 발야구나 공을 세워 놓고 방망이로 치는 티볼 같은 운동을 해도 소극적인 부분이 있다”며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체육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 끝에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1분40초 정도 길이의 음악에 맞춰 밝은 표정으로 안무를 소화하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면 아이들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안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수업을 이끄는 국가대표 에어로빅 선수 출신의 임세영(40) 강사도 아이들과 함께 대화에 참여하며 안무 중 아이들의 동작이나 표정 등에 대해 조언했다. 임 강사는 “처음에는 몸 쓰는 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이제 리듬감과 동작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며 “11명의 학생이 24차례 수업에 대부분 빠지지 않고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수업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막내 김다윤(4학년)양은 “춤추는 모습을 보는 것만 좋아했는데 이렇게 직접 해 보니까 더 재미있다”며 “체육활동을 한다는 생각보다 친구들이나 언니들과 각자 배운 춤을 맞춰 보는 게 즐겁다”고 웃었다. 정은유(5학년)양 역시 “운동장에서 꼬리잡기나 피구처럼 재미있는 활동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수업은 정말 재미있다”며 “부모님께서도 제가 이 수업을 좋아하는 걸 알고 계셔서 원래 수요일에 다니던 학원 시간을 30분 조정해 주셨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열정적인 태도에 아이들은 지난 2일 용인대에서 열린 여학생 힙합 페스티벌에 ‘춤출고양’이라는 팀명을 정해 출전했다. 또 학생들은 내년 1월 열릴 경기도 교육감배 에어로빅 힙합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2월에도 이 수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임 강사는 “대한체육회 지원 덕분에 체육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여학생들이 이렇게 땀이 나도록 운동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라며 “체육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건강한 신체를 얻게 됐고 또 대회까지 나가면서 자신감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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