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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킬러문항 배제에도 ‘불수능’, 이러고 사교육 잡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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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7 23:05:33 수정 : 2023-12-07 23: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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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실채점 결과 국어·수학 만점자가 전년도에 비해 각각 307명, 322명 줄어든 64명, 612명일 정도로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왼쪽 두번째)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했음에도 역대급 ‘불수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영역 만점자는 재수생 1명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어제 “전체적으로 전년도 수능에 비해서 다소 까다로웠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는 유사하면서 변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킬러문항 배제 목적이 사교육비 경감과 수험생 학습 부담 완화인데 이 같은 불수능 출제가 바람직한 방향인지 의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채점 결과, 국어·수학·영어영역 모두 상위권 체감 난도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을 기록해 작년 수능보다 16점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수학영역의 표준점수도 더 높아졌다. 영어영역 역시 절대평가 도입 이래 1등급 규모가 가장 작았다. 학원가에선 ‘통합수능 도입 이래 국어·수학·영어가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분석을 내놨다. 오죽하면 수험생들이 “킬러문항이 나온 기존 ‘불수능’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하겠나. 이러고 사교육을 근절하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킬러문항 출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수능 교과 교사 227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교사의 75.5%가 ‘올해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없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어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학 영역에서 고교 교육과정 수준을 벗어난 문제가 6문항 출제됐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충분한 변별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공교육 과정 내에서 출제하면서도 난이도와 변별력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다. 내년 수능에서는 이런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킬러문항 배제만으로 수능에 대한 불만과 사교육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 공교육에서 크게 벗어난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점검하고, 본질적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과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입시제도가 필요하다. 사교육을 받아 한두 개 더 문제를 푸는 학생보다 창의력을 가진 학생이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 사교육을 근절하고 공교육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입시제도를 계속 혁신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교 수업만으로 수능에 대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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