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열릴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한 가운데 자신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은 지난 8일(현지시간) 저녁 캘리포이나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간단한 연설을 했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운동 자금 마련 등을 위한 일종의 캠페인이었다.
바이든은 “이번 선거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포함해 모든 것이 위험에 처해 있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트럼프가 가하는 가장 큰 위협이 바로 우리의 민주주의”라고 덧붙였다.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하고 대선 결과 번복을 시도한 점을 언급한 바이든은 트럼프를 겨냥해 “야비하다”(despicable)고 비난했다.
1·6 폭동 직후 열린 바이든의 취임식에 트럼프는 참석하지 않았다. 바이든의 승리로 끝난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불복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선거에서 지고도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상 첫 대통령 후보”라며 “비록 그가 내 취임식에 불참했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추측하건대 그(트럼프)는 다음 대통령 취임식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아주 큰 2024년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할 것이란 얘기다. 청중 사이에서 갈채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는 최근 “재집권하면 임기 첫날에만 독재자(dictator)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에 대한 정치보복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돼 미국 정가에 논란을 일으켰다. 바이든은 이 점을 거론하며 “딱 하루뿐이라고 하다니, 신에게 감사드린다”고 농담을 던졌다. 청중도 웃음을 터뜨렸다.
바이든은 “나는 세계 모든 주요 지도자들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 미국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를 미국의 동맹을 비롯한 자유 진영 국가들 중 어느 나라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250주년을 맞아 이 나라가 트럼프에게 돌아설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캘리포니아주에 지역구를 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함께했다. 민주당 소속 19선 하원의원인 펠로시는 하원의장 시절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공약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2024년 총선에도 출마해 20선에 도전할 계획이다. 바이든은 그런 펠로시를 가리켜 “역사상 최고의 하원의장”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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