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8곳서 검증 재현 실험
‘저항 0’ 등 특성 관측되지 않아”
논문 발표한 퀀텀硏 입장 안 내
지난 7월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에 관한 논문이 올라왔다.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은 납과 인회석 결정 구조인 LK-99가 섭씨 127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관측됐다고 주장했다. ‘꿈의 물질’인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그러나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결국 해프닝에 그쳤다.
지난 8월 구성해 LK-99 검증을 시작한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13일 그동안의 국내외 검증 결과를 종합한 ‘LK-99 백서’를 배포하고 활동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검증위에 따르면 국내 8개 연구실에서 검증 재현 실험을 했으나 초전도체의 특징인 ‘저항 0’과 마이스너 효과(초전도체가 외부 자기장에 반발하는 효과)를 보여주는 경우는 없었다. 국내 연구는 △공개된 합성방법을 따른 합성 △고유한 방법을 사용한 합성 △단결정 시료의 합성 등 3가지로 진행했는데, 상온 또는 저온에서 초전도성은 관측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LK-99가 섭씨 127도 근처에서 비저항 값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이 초전도 현상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검증위는 부도체에서 도체로 상전이하거나 온도를 낮춤에 따라서 저항이 급격히 변하는 현상은 다른 물질에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위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LK-99 시료는 받지 못해 검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검증위는 “LK-99 사건은 과학 관련 이슈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대중의 과학적 이해를 높였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한 측면이 있지만 과학적 발견에 대한 주장과 이의 과학적 입증 사이의 간극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오해로 인해 사회적 논란과 파장이 불필요하게 증폭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초전도는 금속 등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전기저항이 없으면 저항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자기부상열차나 전력망 등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다. 현재는 영하 200도 등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구현된다.
이 때문에 LK-99의 등장에 전 세계 연구소에서 검증이 시도됐다. 일부 재현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미국, 독일 등 대부분의 연구자는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카이브에 LK-99 논문을 올렸던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는 LK-99에 대해 “여전히 초전도체라고 믿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설명회에서 “(다른 연구팀이) 논문에서 제시한 실험방법대로 실제로 정확한 구조로 합성했는지는 모르겠다. 한두 달 짧은 기간에 확인했다는 것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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