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복용보다 단기 복용할 때 암 발병 위험 더 높아
대장암 제외한 위암·식도암·췌장암·간암·담낭암·담관암 등 대부분 위장관암 위험 높여
위식도 질환 치료를 위한 약이 위암 발병을 키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명승권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 연구팀은 위십이지장궤양 치료제인 ‘양성자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의 장기 복용이 위장관 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PPI은 위식도 역류질환, 위십이지장 궤양 등 위장질환을 치료할 때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 약물로 1989년 이후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에 4∼8주간 투여하면 효과적이다.
다만, 흡연이나 음주, 과식, 커피 섭취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함께 되지 않으면 위식도질환은 쉽게 재발하고 PPI의 장기간 복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PPI 장기 복용이 위장관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건 나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연구팀은 PPI 장기 사용과 위장관암 발병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자 25건의 코호트 연구결과를 종합해 메타분석(단일 주제를 조사한 많은 연구들에 걸쳐서 요약하는 비교적 객관적인 기법)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 PPI 복용군은 미복용군 보다 대장암을 제외한 위암, 식도암, 췌장암, 간암, 담낭·담관암 등 대부분 위장관암에서 발병 위험이 약 2배 높았다. 복용기간이 1년 이하일 때는 위장관암 위험성이 약 5배, 3년이면 1.7배로 오히려 복용기간이 짧을 때 더 위험했다.
참고로,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는 전향성 추적조사를 의미한다.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해 질병 발생률을 비교하고 요인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방법이다.
명 교수는 “실험실 연구와 동물실험으로 PPI가 위와 십이지장에 있는 G세포를 자극해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늘리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가스트린의 혈중 농도가 높여지면 위점막 세포에 존재하는 특정 수용체를 자극해 암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장관 내 세균집락형성을 증가시켜 발암가능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이 증가하는 것도 위장관암 발병위험이 높아지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에서의 한계점도 언급했다.
명 교수는 “관찰연구인 코호트 연구보다 더 높은 근거 수준을 제공하는 무작위비교임상시험으로 이번 연구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며 “윤리적인 문제로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건 많은 제한점이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PPI 사용을 줄이기 위해 위식도 역류질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종양학 SCIE 국제학술지인 ‘Oncology Letters’에 최근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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