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마이너리그 생활하며 기반
빅리그 2년차 팀 주전으로 성장
“좋은 공 많이 봐야 실력 빨리 늘어
선수들 어릴 때 해외 도전해보길
메이저리그서 10년 이상 활동 목표
언제든 韓 위해 뛰는 선수 되고파”
“세계 최고 선수들이 뛰는 무대까지 올라왔어요.”
2023시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 주전 선수로 자리 잡은 배지환(24)은 26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힘든 시절을 보상받고 있다는 듯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 경북고를 졸업한 배지환은 KT 강백호와 함께 2018 KBO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혔다. 하지만 배지환은 한국 무대가 아닌 미국을 선택했다. 라이벌로 꼽혔던 강백호는 KBO리그에서 데뷔 첫해부터 스타 반열에 올라섰지만 배지환은 미국에서 배고픈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어갔다.
“처음엔 정말 외로웠어요. 일본 사람만 봐도 반가웠죠.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불안정한 신분에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신발이나 피규어 수집하는 취미도 이어가기 힘들었어요.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마이너리그는 개막도 안 했어요. 1년을 허비하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배지환은 후회하지 않았다. “투수는 잘 모르겠지만 야수는 1년이라도 빨리 해외 무대에 나가는 게 유리한 것 같아요. 좋은 공을 많이 봐야 실력이 빨리 늘잖아요.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많은 선수가 어릴 때 도전해 봤으면 좋겠어요.”
빅리그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던 배지환에게 2022년 기회가 찾아왔다. 배지환은 데뷔 첫 시즌이었던 그해 10경기 타율 0.333(33타수 11안타)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2023시즌엔 개막전 선발 출전하면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가장 큰 변화는 상대 투수들의 수준이었어요. 빅리그 투수들은 정말 살면서 본 적 없는 공을 뿌려댔어요. 미네소타 트윈스 마무리 투수 요한 듀란 공이 기억나요. 시속 101마일(시속 162.5㎞)짜리 스플리터였죠. 당연히 타석에서는 그냥 녹아버렸죠.”
이런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배지환은 두각을 드러냈다. 4월5일 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고, 같은 달 12일에는 끝내기 3점포를 쏘아 올렸다. 26일 경기에서는 3안타 3도루를 기록하며 훨훨 날았다. 5월에도 타율 0.304를 기록한 배지환은 6월부터는 하락세를 겪었다. 6월 타율은 0.159로 부진했고, 7월에는 부상까지 겹치며 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배지환은 111경기 타율 0.231, 2홈런 24도루로 시즌을 마쳤다.
“5월부터 체력저하가 오더라고요. 제가 몸을 많이 움직이는 편이고 긴 시즌을 처음 치르다 보니 체력에 대한 생각을 못 했어요. 몸이 따라주지 않는데 무리를 하다가 결국 부상까지 당했죠.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만큼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손아섭(35) 선배나 강정호(36), 최지만(32) 선배한테 많이 물어봤어요. 선배들 조언대로 내년엔 시즌을 치를수록 훈련량을 줄여 보려고요.”
빠른 발을 가진 배지환은 장타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타구가 조금만 깊어도 주루를 통해 거뜬하게 장타로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100m 기록은 안 재봤는데 1루까지 3.65초에 끊은 적이 있어요. 최고 기록이죠. 보통은 4.05초면 1루에 닿아요. 스피드는 자신 있으니 이제 장타력까지 갖춘 선수가 되고 싶어요. 개인적인 욕심이지만요.”
모처럼 한국에 들어온 배지환은 고향 대구의 후배들을 찾아 타격과 수비 시범을 보이는 등 재능기부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선배인 정인욱(33) 선수가 팀을 찾아온 적이 있어요. 그 고마운 기억이 아직 남아 있거든요.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기억을 주고 싶어요.”
새 시즌을 일찍 준비하기 위해 다음 달 11일 출국하는 배지환의 목표는 어떻게 될까. “단기 목표는 없어요. 10년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고 싶어요. 또 훗날 ‘배지환 야구 재밌게 했지’라는 소리를 듣는 선수가 되길 바라죠. 그리고 나이나 병역 문제에 상관없이 언제든 부르면 달려와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는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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