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제 공무원 임용 시험에 응시한 공시생이 경남도청 사무실에 침입해 서류를 훔쳐 달아난 절도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중인 국장의 부단체장 인사 발령을 두고 ‘영전’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절도범이 훔쳤던 서류가 보관된 캐비닛의 담당 직원은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사의 공정성·형평성 시비로 양대 공무원노조 반발이 거세다.
28일 경남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2일 저녁 국·과장(3·4급) 인사를 단행·발표했다.
이 가운데 3급 도청 자치행정국장 A씨의 인사를 두고 공직 사회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8월30일 새벽 임기제 공무원 임용 시험에 응시한 공시생이 도청 인사과 사무실에 몰래 침입해 관련 서류를 훔쳐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규정이나 동의 없이 직원들의 집과 차량을 조사했는데 경남도청공무원노조는 ‘인권 침해’라고 반발하며 A국장을 직권남용 및 협박 혐의로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3개월가량 진행한 수사 끝에 A국장과 또 다른 인사과 간부공무원에 대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하고, 지난 19일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노조 반발을 사며 숱한 논란을 불렀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평소 깐깐한 업무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여태 공식 석상에서 단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통상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시작되면 사안과 경중에 따라 공무원의 직위를 해제한다. 공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A국장과 또 다른 간부공무원은 직을 유지하며 피해자로 볼 수 있는 직원들과 계속 근무해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지사가 모르쇠로 일관한 게 일을 더 크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A국장의 부단체장 인사가 발표 난 것인데, 절도범이 훔쳤던 서류가 보관돼 있던 캐비닛의 담당 직원은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청 공직 사회는 사기가 크게 꺾이며 체념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공무원은 “누구는 징계를 받고, 누구는 영전을 한 이번 인사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나는 게 아니라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어야겠다’는 탄식만 나온다”며 혀를 찼다.
이에 이번 인사를 두고 양대 공무원노조 반발이 거세다.
경남도청공무원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 규탄했다.
도청노조는 “경남도는 경찰 수사결과와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보란 듯이 관련자의 영전 인사를 단행했다”며 “경찰 수사결과 마저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통탄스럽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선 8기 박완수 도정은 상식적이고 합당한 최소한의 조치를 요구하는 노조와 직원들의 기대를 철저히 무시했다”며 “피해자인 직원들의 인권 보다는 가해자인 간부공무원의 인권이 존중받는 박완수 도정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한진희 경남도청공무원노조위원장은 “관례적으로 부단체장 인사 발령 나는 것을 공직 사회에서는 영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사권자가 부시장으로 가라고 했어도 본인이 거절을 했어야 했다”면서 “가·피해자 분리는커녕 유임을 시킨 인사 조치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도 성명을 내고 규탄했다.
경남본부는 “위법 부당한 지시로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혐의자에 대해 책임을 묻고 징계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보란 듯이 영전 인사를 단행한 박완수 지사의 오만함에 아연실색할 뿐”이라며 “박 지사에 대한 전체 도청 공무원의 여론이 실망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양산지부도 “35만 양산시민을 위해 행정을 펼쳐야 하고 행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부시장 자리에 인권침해로 수사 중인 사람이 온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양산시에서 어떤 인권침해나 갑질이 없도록 주의하고 자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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