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표결 통과 안팎
패스트트랙 지정된 대로 ‘자동 상정’
與 표결 불참 외엔 별다른 충돌 없어
정치권 ‘통과 이후 대비’에 주력 태세
野 “尹 스스로를 왕이라고 착각” 비판
與선 ‘金여사 수사’ 전방위 확산 우려
일각, 특별감찰관 임명 등 대책 요구
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특검·50억클럽 특검)을 강행 처리했다. 올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예정된 수순이었던 터라 여당의 표결 불참 외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대신 여야 모두 본회의 전부터 ‘쌍특검법 통과 이후’를 대비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폭발성이 큰 김건희특검을 두고 여권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여당은 ‘총선용 악법’이라 규정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 수순에 들어갔고,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쌍특검법 통과 직후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발표했다. 괜한 시간을 끌어 정치적 부담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야당은 대통령실의 이같은 발표에 “김건희 여사 방탄을 위해 위헌적 거부권 남용까지 불사하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진정한 나라사랑은 없고 잘못된 아내사랑만 있나”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방탄국회라고 욕하면서 정작 본인들에게 불리하거나 마음에 안드는 법안은 거침없이 거부권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 ‘방탄용산’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대통령이 아니라 왕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상식을 무너뜨린 윤석열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한 이준석 전 대표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을 놓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공세를 펼쳤던 국민의힘이 김 여사 의혹 앞에선 입장을 180도 바꿨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특검을 거부하자는 자가 범인이라는 모토를 걸고 있던 당이 ‘특검은 선전선동술에 의한 악법’이라는 입장으로 전환하는 이유가, 특검 대상이 성역이기 때문이라면 오늘은 무측천을 옹립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김 여사를 중국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황제였던 무측천(측천무후)에 비유한 것이다.
여당은 김건희특검에 대해 여야 합의도 부재한 데다 ‘선거용 특검’에 불과하기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이만희 사무총장은 이날 쌍특검 처리 이후 열린 규탄대회에서 김건희특검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에서 친문(친문재인) 검사를 대거 동원해서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근 2년 가까운 세월을 이 잡듯 수사했지만 단서조차, 소환조사조차 하지 못했던 사안”이라며 “민주당이 특검에 목을 매는 이유는 결국 자기들 입맛에 맞는 특검 검사를 앞세워서 무제한 수사로 각종 의혹을 부풀리고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정권에 흠집을 내고 총선에 악영향을 끼치겠다는 악의적 의도 그 무엇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도 민주당을 향해 “사법리스크에 맞대응하려 ‘한풀이’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라면 원칙과 상식의 선에서 그쳤어야 했다며 “정치적 혼란은 아랑곳없이 특검으로 판을 키워 총선을 정쟁 속에 가두어 보겠다는 저급한 계산이 더욱 선명해질 뿐”이라고 평했다.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후폭풍보다 김건희특검이 시작될 경우 총선에 미칠 파장이 더 클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야당이 단독 처리한 특검법 내용만 따지고 봐도 김 여사 수사가 주가조작 의혹에만 머물지 않고 사방팔방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및 가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기타 상장회사 주식 등 특혜 매입 관련 의혹 사건 △이 사건 수사 과정에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의 불법행위 △이들 의혹과 관련돼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을 명시하고 있다. 해석에 따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까지도 특검이 수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터다. 민주당 홍 원내대표도 이와 관련해 “해석의 여지가 있다. 그건 특검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의지를 가지면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부정적 여론이 확산할 수 있는 만큼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여권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비주류는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 임명·제2부속실 설치 등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계속 주장해오고 있다. 단순히 김건희특검을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와 관련해 ”그것(여론전)만으로 불충분하다”며 “(김 여사가) 국내 공식 활동을 중단하겠다, (아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던) 대선 때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정도의 입장(이 나와야 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런 지적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면서 “필요한 메시지가 있으면 추가로 검토해서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특검 반대’ 고수한 韓, 리더십 첫 시험대
‘쌍특검 법안’(김건희 여사·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28일 여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반대 당론’을 고수하면서 한 위원장이 당정 관계 재편에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에 인선된 후 ‘김건희특검법’에 줄곧 강경한 입장을 밝혀 왔다.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비대위원장 취임식에서 ‘김건희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이라고 칭했다. 전날에도 “그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기 이틀 전인 지난 19일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아 밝힌 입장보다 강경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김건희특검법’을 ‘총선용 특검’으로 규정하고 ‘수용 절대 불가’ 입장을 정한 지난 25일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건희특검법’에 대한 방침은 한 위원장의 정치력을 측정할 가늠자로 꼽혀 왔다. 한 위원장이 여권의 최대 과제인 ‘수평적 당정 관계로의 재편’을 해낼 수 있느냐를 엿볼 수 있는 사안이라서다.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로 집계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이 거부권 요구 방침까지 정하면서 한 위원장의 쇄신 의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김건희특검법’을 ‘한동훈 비대위’와 분리해 파장을 줄이는 출구 전략을 세운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에 “한 위원장이 국회의원도 아닌데 등원할 이유가 뭐가 있나”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김건희특검법’에 대해 “원내 법안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제가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한다”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원내대표 개인이 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야당의 ‘김건희 방탄’ 공세를 돌파하고, 당 일각의 우려도 불식해야 비대위 초반 동력을 이어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새해에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국민이 기대하는 혁신 행보를 이어 가면 ‘김건희특검법’은 자연스럽게 잊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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