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두 원하는 일 이룰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024년 1월 1일 갑진년(甲辰年) 이른 아침, 일출 명소에서 새해를 알리는 붉은 첫해가 떠오르자 많은 이들이 저마다 새해 소망을 빌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첫 해맞이 행사인 이날 전국에서 해돋이를 감상하기 좋은 명당은 여느 해처럼 수많은 인파로 가득찼다.
대구 서구 와룡산 상리봉에서 일출을 감상한 허종훈(54)씨는 "푸른 용의 첫 기운으로 전 국민이 늘 행복하고 평온하길 바란다"며 "날씨가 좋아 와룡산에서 해를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 첫 해돋이 바라보며…새해 '복'(福) 한뜻으로 기원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과 금당산 등 주요 탐방로에는 영하권 날씨에 방한복으로 단단히 차려입은 이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새해 첫해가 떠오르길 기다렸다.
여명이 점차 밝아오자 가족과 연인, 친구끼리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소중한 추억을 카메라에 담는가 하면 떠오르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새해 첫 일출을 맞았다.
무등산 탐방로 시작점인 너릿재 옛길 체육 쉼터, 월산 근린공원 등에서는 시민들에게 떡국을 나눠주는 나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제주도 성산일출봉 정상에서는 '소망의 성산일출, 행복한 미래'라는 주제로 일출 축제가 열렸다.
인터넷으로 선착순 예약한 900명만 정상에 올라 구름 위로 솟은 해를 보며 새해를 맞는 감격의 시간을 가졌다.
일출봉에 오르지 못한 도민과 관광객들은 일출봉 주변 광치기 해변과 서우봉, 원당봉, 민오름, 사라봉, 송악산 등 가까운 곳을 찾아 해맞이를 했다.
제주에서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의 해맞이를 위해 야간 산행이 허용된 가운데 눈 쌓인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 1천200여명이 정상까지 올라가 구름 위로 솟아오른 해를 맞이했다.
어리목과 영실 코스로도 1천여명이 해발 1천700m 윗세오름까지 올라가 백록담 옆으로 떠오른 해를 보며 소망을 빌거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새해 첫날을 즐겼다.
추위를 뚫고 이른 아침부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를 찾은 3만여명은 구름 사이로 드러난 해를 보며 올 한해도 무탈하기를 기원했다.
일출 카운트 다운에 이어 오전 7시 32분께 올해 첫 해가 모습을 드러내자 해맞이객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밝은 표정으로 새해를 맞았다.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 광장에 설치된 청룡 캐릭터 포토존에는 새해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긴 줄이 생겨나기도 했다.
남편과 해운대를 찾은 임신부 박모(31)씨는 "지난 한 해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있었는데 올해는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며 "이제 곧 아기가 태어나는데 청룡의 기운을 받아 씩씩하게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이외에도 다대포 해수욕장 7천여명, 송도 해수욕장 5천여명, 영도구 해양대 일대 1천500여명 등 해맞이객 인파가 몰렸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 행주산성에는 희망찬 새해를 맞으려는 시민 1천500여명이 찾았다.
고양시는 최근 행주산성 일대에 눈이 많이 내려 위험하다고 판단, 전날 산성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으나 행주산성 정상은 뛰어난 경치를 조망할 수 있어 새해의 첫 일출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혀온 만큼 많은 시민이 찾았다.
한강 하류에 있는 파주 심학산에도 2천여명의 시민이 찾아 새해를 맞았다.
가족 단위 해맞이객들은 2024년 첫 일출을 바라보며 소망을 빌고 힘찬 한해를 다짐했다.
자유로변에 위치한 심학산은 해발 194m로 정상에 올라 일출을 감상하는 데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경기 군포 반월호수, 이천 설봉공원, 성남 판교공원 정상 마당바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해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의왕 모락산, 광명 도덕산 등에도 등반객들이 찾아와 일출의 광경을 만끽했다.
충남 당진 왜목마을, 서천 마량진항, 태안 연포해수욕장, 보령 성주산 일출전망대 등 충남 서해안 일출명소에서도 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갑진년 새해 해맞이 행사가 열렸다.
충북 제천 박달재 목각 공원에서 열린 해맞이 행사에는 시민 300여명이 참여해 퓨전 난타 공연, 청룡 애드벌룬 날리기 등 1시간가량 진행된 프로그램을 즐겼다.
보은 삼년산성에선 하늘소리 난타의 북 공연을 시작으로 촛불 밝히기, 만세삼창, 떡국 나누기 등의 행사가 이어졌고 영동군은 용두공원에서 시민들을 초대해 소원 빌기와 떡국 나눔 행사를 했다.
청주 상당산성, 문의문화재단지, 진천 백곡저수지, 충주 탄금호 등 해맞이 인파가 몰리는 주요 명소에도 이른 아침부터 새해 소망을 품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해야 솟아라"…해는 못 봤어도, 새해 '복'(福)은 한마음으로
한반도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울주군 간절곶에도 새해 첫해를 보기 위해 방문객 15만명(울주군 추산)이 몰렸으나 짙게 깔린 구름에 해는 볼 수 없었다.
일출이 예상된 오전 7시 31분이 다가오자 방문객들은 모두 하늘을 올려다봤으나, 일출 카운트다운이 끝나도 해가 나타나지 않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면서 간절곶 앞바다를 바라보는 방문객들도 많았다.
일출은 못 봤지만, 새해 복을 비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대구에서 방문한 황인규(23)씨는 "차량을 통제해서 1시간 넘게 걸어왔는데 결국 해는 보지 못했다"며 "새해 소원은 로또 1등인데 아쉬운 대로 여의주 풍선을 보고 빌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 아내와 함께 방문한 박근섭(41)씨는 "서울에서 왔는데 해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작년에 딸아이가 자주 아팠는데 올해는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직장 동료 두 명과 함께 광주에서 온 이유리(35)씨는 "새해에는 힘든 일 없이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며 "승진도 하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주군에서는 예정된 일출 시각에 앞서 드론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드론 1천대가 반짝이며 만들어 내는 청룡과 복주머니 모형,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구 등이 하늘을 수놓을 때마다 방문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강원 동해안에도 해맞이객들이 몰려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첫 태양을 기다렸으나 야속하게도 구름에 가려 해돋이를 감상하지 못했다.
이른 새벽부터 강릉 경포해변을 메운 해맞이객들은 수평선만을 바라보며 해가 힘차게 떠오르기를 기다렸으나 해돋이 예정 시각인 오전 7시 40분이 될 때까지 해는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새벽부터 가족, 연인과 함께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채 추위를 견디며 해돋이만을 기다렸으나 해상에 구름이 낮게 깔리면서 새해 첫 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버렸다.
해맞이객들은 야속하게도 구름에 숨어 어슴푸레하기 보이는 해를 향해 새해 소망을 기원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경포해변과 정동진해변을 비롯해 동해안 해맞이 명소에는 관광객이 대거 몰렸으나 태양은 붉은빛만 낼뿐 동그란 자태를 드러내지 않았다.
'해돋이가 늦어지는 건 아닐까'하고 기다린 해맞이객들은 끝내 해돋이를 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에서 경포해변을 찾은 장모(37)씨는 "해돋이를 못 봐서 아쉽지만, 올 한해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대신 이날 강릉시와 삼척시 등 동해안 곳곳에서는 소망의 문, 희망 콘서트 등 풍성한 해맞이 행사가 펼쳐졌다.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도 해돋이를 보려는 수백여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왔으나 짙게 낀 구름에 일출이 잘 보이지 않자 관광객들은 구름 사이로 뻗어 나오는 햇빛을 일출 삼아 새해를 소망했다.
이들은 '추억이라도 남기자'며 휴대전화로 함께 온 친구들의 모습을 찍거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광주에서 세 자녀와 함께 일출을 보러 온 김정희(42)씨는 "새해에는 첫째,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중학교에 각각 입학한다"며 "새로운 출발을 앞둔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새해 소망을 빌었다"고 말했다.
함께 온 이성 친구와 사진을 찍던 양모(25)씨는 "올해부터 취업 준비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며 "정보처리산업기사·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게 해달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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