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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17) 알칼라 데 에나레스 (1) - 세르반테스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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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3 10:01:59 수정 : 2024-01-03 10: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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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알칼라 데 에나레스시 세르반테스 광장 전경. 필자 제공

“시간은 짧습니다. 욕망은 커지고 희망은 줄어들고, 이 모든 가운데 나는 살고 싶은 욕망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1617년 세르반테스가 쓴 마지막 소설인 『페르실레스와 지기스문다의 저작』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마치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예견하는 것처럼 애절하고 비장하다.

 

세르반테스는 문학 거장이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는 역사상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2편으로 구성된 소설은 전 세계 5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될 정도였다. 세르반테스는 1547년 수도 마드리드에서 30㎞ 정도 떨어진 소도시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태어났다.

 

세르반테스 광장에 있는 세르반테스 동상. 필자 제공

이 도시는 세르반테스가 중심이 된다. 모든 투어는 그를 기리는 세르반테스 광장에서 시작된다. 광장에는 세르반테스 동상이 있는데 그 설립 스토리가 흥미롭다. 1875년 호세 마리아 카세나베가 세르반테스의 고향인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 기념비를 세우기 위한 기금 마련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세르반테스(Cervantes)’라는 신문도 발행한다. 그는 이 신문 기사에서 영국에는 셰익스피어가 있고, 독일에는 괴테가 있으며, 우리에게는 세르반테스가 있다고 애국심에 호소했다.

 

그의 주장이 제대로 먹혀들어 저 멀리 쿠바에서도 모금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카세나베가 스페인사람들의 애국심에 호소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였다. 19세기 후반은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하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스페인이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로 전락한 시기였다. 스페인사람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침내 1879년 세르반테스 동상은 제막되었다.

 

세르반테스 생가박물관 입구. 필자 제공

광장에서 연결되는 마요르 거리는 스페인에서 과거 모습이 보존된 가장 긴 아케이드 거리이다. 마요르 거리 48번지에는 세르반테스가 태어난 생가 박물관이 있다. 부엌, 식당, 외과 의사 사무실(세르반테스의 아버지는 외과 의사 겸 이발사였다) 등이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16세기와 17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생가 박물관 입구에는 소설의 두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그의 시종인 산초의 동상이 있다.

 

세르반테스 생가박물관 앞 돈키호테와 산초 동상. 필자 제공

광장을 지나 다다른 오이도르 성당은 세르반테스가 세례를 받은 곳이다. 그 옆에는 알칼라 데 에나레스 시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34m 높이의 산타 마리아 탑(Torre de Santa María)이 있다.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알칼라 데 에나레스는 마드리드에서 1시간이 안 걸릴 정도로 가깝고, 작고 고즈넉하다. 마드리드에 가면 꼭 잊지 말고 방문해보길 바란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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