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되면 ‘주택 마련’ 50.1%로 1순위
전문가 “복권 판매와 경제 상황 연관성 단정 못해”
“인생 한방이죠!”
직장인 윤모(27)씨가 말한 로또를 구매하는 이유다. 윤씨는 “(로또를) 몇 장 구매하면 일주일이 행복하다”며 “로또 추첨일이 기다려지고 ‘혹시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경기상황과 로또 판매액 증가에 관해 “어려워진 경기를 개인이 통제할 수 없으므로 로또 당첨이라는 요행을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직장을 다니는 정모(26)씨도 로또에 당첨되면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정씨는 “로또를 거의 매주 산다”며 “당첨되면 빚도 갚아야 하고, 노후 준비도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어 그는 “돈을 벌어도 남는 돈이 거의 없다”면서 “물가가 올라 그만큼 쓰게 되니 수중에 남는 돈이 없어서 로또로 한 방을 노리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로또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지난해 로또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2022년 로또 판매액은 2021년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상황과 복권판매량 간의 인과관계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견해다.
3일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조사한 ‘2023 로또 구매 관련 인식’에 따르면 ‘로또6/45’를 알고 있는 응답자 중 81.4%가 지난해 로또 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제공한 ‘연간 복권판매액 당첨액 및 판매액’ 자료를 보더라도 2022년 로또 판매액은 3조2340억원(2021년)에서 6조4293억원으로 늘었다.
복권을 구매한 이유로는 ‘혹시나 하는 마음(66.6%·중복응답 가능)’과 ‘인생 역전에 대한 바람(49.3%)’을 꼽았다. 특히 자신의 경제적 계층을 낮게 평가한 응답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탈피하려는 방법으로 로또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스스로 중산층 이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단순 재미나 호기심을 위해 구매한 경향이 두드려졌다.
자신을 중산층 이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로또 구매 이유로 ‘재미로(42.4%)’와 ‘일주일의 행복을 위해서(35.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자신의 경제력이 낮다고 평가한 이들은 ‘인생 역전을 원해서(59.5%)’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36.5%)’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경제 계층에 따라 복권이 어려운 경제적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자 놀이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전체 응답자 71.3%는 “로또 당첨이 예측할 수 없는 신이 영역”이라는 질문에 크게 공감했다. 응답자들은 로또 1등에 당첨될 가능성을 18.5%로 매우 낮게 평가했다. 그럼에도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주택 마련(50.1%)’을 1순위로 선택했고, ‘저축(44.5%)’과 ‘기타 투자(34.5%’ 등에 활용하고 싶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최근 복권판매량은 계속된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증가한 것일까. 충북대학교 이연호 교수팀이 연구한 ‘경제 상황과 복권 매출 간 상관관계(2021년)’에 따르면 복권판매량은 GDP 규모가 커짐에 따라 증가하며, 단기 경기상황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불황보다는 신상품 출시와 같은 이벤트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복권 매출액이 전년 대비 331.2% 증가한 2003년은 온라인복권(로또)이 출시된 2002년 12월 직후였다. 매출액 증가율이 10%이상이었던 2011년과 2020년에는 ‘연금복권520’ 출시와 ‘연금복권720+’ 개편이 있었다. 반면 매출액이 10%이상 급감한 2004년과 2005년에는 온라인복권(로또) 가격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인하됐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권판매량과 경제 상황이 체계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령 돈을 주웠을 때 복권을 살 수도 있고, 돈이 없을 때 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복권을 사는 계기나 경로 등의 경우의 수가 많아 분석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매입이 늘어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등의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경제 상황과 복권판매량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선 추가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