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단골집’ 폐점에 손님 ‘북새통’
사장 부부 “부족했는데 참 감사드린다”
“남편이랑 어릴 때부터 자주 왔던 곳이에요. 사장님께서 저희 단골이라고 서비스도 주시고 그랬었는데 많이 아쉬워요. 학생이었던 저희 부부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을 정도로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30년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사장님”
30년 넘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영업을 이어온 ‘떡볶이 맛집’이 문을 닫는다. 폐점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 때부터 이곳을 찾았던, 이제는 어른이 된 단골손님들의 마지막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5일 오후 1시쯤 찾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터줏대감 ‘만나분식’. 평일 점심이 지난 시간에도 100여명 이상의 긴 줄이 지하 1층 상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게 내부의 8개 테이블도 손님들로 꽉 차있었다. 모두 ‘추억’을 맛보러 온 이들로, 다수가 최근까지도 이곳 단골이었거나 학생 때 자주 찾았다고 전했다. 이미 가게를 한참 벗어나 다른 가게 앞까지 이어진 줄에 새로 온 손님들은 “진짜 만나분식 줄 맞나. 줄 끝이 어디냐”며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만나분식은 1990년 무렵부터 박갑수(67)·맹예순(62) 부부가 같은 자리에서 자리를 지키며 운영해온 곳으로, 강남 학생들에게 추억의 맛집으로 통한다. 사장 부부가 건강상의 이유로 7일 영업을 끝으로 폐업을 결정하자,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매일 수백명씩 찾아왔다고 한다. 실제 이날 오전 영업 시작도 전에 ‘오픈런’이 시작됐고, 2시간 이상씩 대기가 이어졌다.
15년 단골이라는 이시연(31)씨는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고, 서비스도 너무 좋다 이런 맛집은 아니다. 지금 더 맛있는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얼마나 많냐”며 “그렇지만 어렸을 적, 그 시절의 저를 생각나게 하는 소중한 곳이다. 사장님들도 툭툭대시면서도 하나씩 더 챙겨주시는 따뜻한 분들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담긴 공간이 없어진다는 게 참 슬픈 것 같아 다시 와봤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날 초등학생 딸의 손을 잡고 온 주부부터 자식들과 이사 전 자주 왔었다는 60대 부부, 회사 연차를 내고 인천에서 왔다는 커플까지 많은 이들이 사장 부부의 마지막 영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가게 대표메뉴인 떡볶이를 맛본 뒤 “사장님, 맛있게 잘 먹었어요”, “계속 하시면 안 돼요?” 등 나름의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음료수 등 소소한 선물을 건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장 부부도 아쉽기는 매한가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애초 2023년을 끝으로 가게 문을 닫으려 했지만 손님들의 성원에 1주가량 영업을 연장했다고 한다.
남편 박씨는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되는데 폐점 소식이 퍼지면서 최근 몇 주간 손님이 엄청나게 몰렸다”며 “어렸을 때부터 부모 손잡고 왔던 학생들이 성인 돼서 다시 찾아주니 참 고마웠다. 그래도 장사 잘하고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내 맹씨도 “손님들 못지않게 우리 부부와 가족에게도 추억이 많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애들 둘을 모두 키워냈다”며 “부족함이 많았는데도 우리 가게를 찾아와준 모든 손님들 참 고마웠다. 잘 간직하고 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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