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만에 강릉서 취한 채로 검거
“강해 보이고 싶어서 범행” 진술
구속영장 발부… 신상공개 검토
경기 북부지역에서 여성 다방업주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57)씨가 7일 구속됐다. 지난달 30일 첫 범행 이후 옷을 바꿔 입고 현금만 쓰며 경찰의 추적을 피한 이씨는 절뚝이며 걷는 독특한 걸음걸이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조지환 당직 판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후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경찰은 이씨를 체포한 뒤 이튿날인 6일 새벽 60대 여성 2명을 살해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강도살인)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씨의 얼굴과 나이, 이름 등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씨는 지난해 12월30일 오후 7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지하다방에서 혼자 영업을 하던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택시와 버스를 이용해 경기 양주시와 서울 등을 돌아다니다가 강원지역으로 이동했다. 지난 2일 오후 6시30분쯤엔 경기 파주시의 한 주점에서 무전취식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달 5일 오전 8시30분쯤엔 양주시 광적면에 있는 건물 2층 다방에서 업주 B씨를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는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른 직후 고속버스를 타고 강원 강릉시로 향했으나 당일 오후 10시45분쯤 강릉의 한 재래시장에서 경찰에 붙잡혀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이씨의 독특한 걸음걸이 덕분에 행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주일가량 추적하며 영상 속 (이씨의) 걸음걸이와 행동을 눈에 익혔다”며 “강릉 재래시장에서 지나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곧바로 체포했다”고 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살인 동기와 다방만 노린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그는 경찰 초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과 5범 이상인 이씨는 지난해 11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 후 가게 안을 뒤지는 등 금품을 훔치려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아울러 두 사건의 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과 용의자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의 정밀감식을 벌여 두 곳에서 발견된 지문이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가 과거에도 여성 혼자 있는 다방에서 돈을 훔치는 등 절도 전과가 있어 유사한 범행 장소를 다시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교도소 생활을 오래 하면서 스스로 약하다고 느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술만 먹으면 강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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