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부, 8기 추가해 총 14기로 늘리기로
"탄소 배출 줄여 기후변화 막으려면 필요"
프랑스가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8기를 추가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에 신규 원전 6기를 2035년까지 건설하는 계획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총 14기의 원전이 새롭게 들어서는 셈이다. 프랑스 정부는 기후변화 예방을 위한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많은 원자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아녜스 파니에-루나셰 프랑스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한 프랑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규 원전 8기 건설에 관한 법안이 곧 발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니에-루나셰 장관은 “2022년 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넘어서는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며 “그래서 당초 계획에 신규 원전 8기 건설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약 4.7t으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이는 1970년대부터 건설된 총 57기의 원자로 덕분이다.
다만 기후변화 예방을 위해선 에너지원 구성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을 더욱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파니에-루나셰 장관은 화력발전의 감축이 불가피함을 역설하며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해 1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침수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를 겪으며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탈(脫)원전 바람이 불었다.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너무나 위험한 발전 방식’이란 사고가 퍼졌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자국내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심한 기후변화가 탈원전 기류의 발목을 잡았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쓰는 화력발전의 감축이 불가피한데, 그로 인한 전력 생산량 감소분을 무엇으로 보충할 것인지 딱히 대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발전은 기후변화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란 입장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도 탈원전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러시아로부터 석유나 천연가스를 싼 값에 수입하는 등 에너지원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해 온 EU 국가들이 치솟는 에너지 비용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EU 회원국들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화하고 나서면서 EU 국가들은 다시 원전에 눈을 돌렸다.
오래 전부터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원전에 의존해 온 프랑스 말고도 벨기에, 핀란드 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친(親)원전 쪽으로 돌아섰다. 한때 모든 원전의 폐기를 공약했던 스웨덴은 2023년 정권교체로 우파 연립정부가 출범한 뒤 앞으로 20년간 총 10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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