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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입학준비도 사교육… 학부모 겨냥 ‘불안 마케팅’ 성행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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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18 18:10:00 수정 : 2024-01-19 21: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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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첫걸음 지원책 마련 목소리

‘40분 수업 적응하기’ ‘준비물 챙기기’ 등
8회 32만원 수업도 신청 몰려 금세 마감

5∼7세 ‘누리 과정’ 관련 내용 부족
한글 교육도 금지… “현실과 동떨어져”

“유치원·어린이집서 진학 준비 연계돼야”
2023년 시범도입 ‘이음학기’ 확대 방침

‘초등학교 분위기 적응하기’, ‘친구 사귀기’, ‘발표 연습하기’. 최근 충북의 한 심리상담센터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이 센터에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를 대상으로 2주간 입학 준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예비 초등생들에게 ‘학교에서 배가 아플 때’, ‘준비물을 안 가져왔을 때’, ‘친구와의 갈등 상황’ 등 학교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연습하게 하며 학교생활 방법을 알려 준 것이다. 2주간 8회 진행되는 수업 비용은 32만원.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신청자가 많아 개설 반 여러 개가 모두 마감됐다. 센터 관계자는 “참여한 아이나 부모님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학기를 앞두고 심리상담센터 등에서 예비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입학 준비 프로그램을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과거 입학 대비 사교육은 한글이나 수학 등 ‘학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생활 습관’을 알려 주고 학교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이런 분위기는 현재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초등학교 입학 준비가 잘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취학 단계 교육과정과 초등학교와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유치원·어린이집은 만 3∼5세 대상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운영한다. 누리과정은 자연탐구·사회관계·의사소통 등 5개 영역에서 아동이 경험해야 할 내용을 제시하지만, 공식적으로 초등학교 입학 준비 관련 과정은 없다.

누리과정과 학교 교육과정이 분절적이다 보니 학부모 사이에선 유치원·어린이집에서 학교 진학 준비가 안 된다는 인식이 많다. 특히 첫아이 입학을 앞둔 부모는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가 적어 불안감이 높다.

한 초등학교에서 입학생이 학부모의 손을 잡고 입학식 포토존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이 틈을 파고든 것은 사교육이다. 입학을 앞둔 연말·연초가 되면 전국 심리상담센터, 스피치 학원 등에서 초등학교 입학 준비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광주의 한 심리상담센터는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학교와 유사한 환경에서 학교 적응을 연습해 보는 프로그램”이라며 “책상에 앉아 있기, 40분 수업에 익숙해지기, 쉬는 시간 보내기, 화장실 다녀오기, 집단생활 규칙 받아들이고 지키기, 도움 요청하기 등 훈련으로 원만한 학교생활과 집단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스피치 학원이나 태권도 학원 등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한 부모들은 이런 홍보 문구를 보면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올해 아이가 입학하는 이모(40)씨는 “아이도 처음이지만 나도 학교를 보내는 것이 처음이라 걱정이 많다. 준비가 필요한 것 같은데 뭘 해 줘야 할지 모르겠고 물어볼 곳도 없다”며 “업체에서 준비를 잘해 준다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불안 마케팅’ 기저에는 학교와 다소 동떨어진 누리과정에 대한 불만이 깔린 만큼, 누리과정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치원·어린이집만 믿으면 공교육 진입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런 불안감이 한몫한다.

현재 누리과정은 초등학교 생활과의 연계도 부족하고, 학습적인 면에서도 직접적인 한글 교육을 금지해 현실과 괴리됐다는 인식이 크다. 교육부는 입학 후 ‘연필 잡는 것부터’ 가르친다는 방침이지만, 1학년 수학 교과서는 문장으로 문제가 나가는 등 한글을 모르고 입학하면 학교 적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사교육 등으로 한글을 떼는 이유다. 한 학부모는 “지금은 유치원에 맡기는 것만으로는 학습적인 면도, 생활적인 면도 학교 대비가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학교 가기 전 몇 달만이라도 유치원에서 한글과 학교 적응 교육을 집중적으로 해 주면 부모들의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런 지적을 의식해 지난해 만 5세 2학기에 초등학교 적응 수업과 놀이중심 언어교육 등을 강화한 ‘이음학기’를 시범 도입했다. 다만 현재 전국 유치원 8000여곳 중 시범기관은 450곳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시범기관을 1000곳까지 늘리는 등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향후 누리과정 개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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