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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가볍게 여겨선 안 돼… 정확한 진단 통해 치료 중요”

입력 : 2024-01-22 07:00:00 수정 : 2024-01-21 22: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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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균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

10명 중 9명 평생에 한 번은 겪는 두통
많은 사람들 ‘꾀병’ 핑계로 삼아 오해
긴장형 두통과 달리 편두통 장애 심해
삶의 질 떨어지고 우울증 연결돼 위험
약·규칙적 생활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유명인이 두통을 호소하다가 응급실에 간 후 사망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두통에 대한 ‘반짝 관심’이 커집니다. 그러나 이런 응급성 ‘벼락 두통’은 대부분 문제를 인식해 바로 응급실로 옵니다. 전체 두통의 10% 수준이고요. 반면 젊은 시기부터 평생을 통증과 싸워야 하는 편두통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질병도 ‘단순 암’, ‘단순 뇌출혈’ 이렇게 표현하지 않는데 두통은 ‘단순 두통’이라고 표현하죠. 이러니 퇴사를 해야 할 정도의 통증에도 환자들은 ‘꾀병’으로 오해를 받는 상황입니다.”

gettyimagesbank 제공

박홍균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1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두통으로 인해 저하되는 ‘삶의 질’이 저평가됐다는 사실을 수차례 강조했다. 두통은 10명 중 9명은 평생에 한 번은 겪을 만큼 흔하고, 많은 사람이 ‘꾀병’의 핑계로 손쉽게 두통을 말하는 바람에 ‘쉬운 질병’같이 인식됐지만 실제로 그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스스로 인생을 등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두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두통 자체가 질병인 ‘일차 두통’, 그리고 뇌졸중·뇌종양·뇌염 등 특정 질병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하는 ‘이차 두통’이 있다. 연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차 두통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일차 두통 중에는 ‘긴장형 두통’이 80%로 가장 많고, 편두통이 15% 정도를 차지한다. 긴장형 두통은 스트레스나 피로, 좋지 않은 자세 등으로 인해 머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이 조이는 느낌으로 발생하게 된다.

박홍균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1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편두통 치료는 두통 발생 시 급성기치료와 두통의 빈도·강도를 줄이는 예방치료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편두통이 50% 이상 줄어드는 비율이 50%가 될 만큼 효과가 좋은 CGRP항체치료(앰갤러티·아조비)로 예방치료가 발전하고 있다”며 “두통이 한 달에 5일 이상 있는 경우라면 무작정 참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받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일산백병원 제공

“긴장형 두통이 유발 요인이 해소되면서 두통이 사라지는 것과 달리 편두통은 장애가 매우 심합니다. 질병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이로 인한 고통을 평가하는 지표(Years-lived with disability)를 보면 편두통은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15∼49세)에서 1위입니다. 그 외에 청력저하나 근골격계 문제, 우울증 등이 뒤따릅니다. 요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우울증’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인데 여전히 두통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에 대한 인식은 미약합니다.”

편두통의 근본적인 이유는 유전이다. 여기에 스트레스나 수면, 빛, 온도·습도 등 날씨 변화, 월경기·배란기 근처 등 호르몬 변화 등의 유발 요인이 작용한다.

환자가 증상을 묘사하는 방법도 ‘머리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다’ ‘머리가 터질 거 같다’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뇌압이 높아지는 것 같다’ ‘쪼인다’ ‘못 박는 것처럼 쿡쿡 쑤신다’ ‘눈알을 뽑는 것 같다’ 등 다양하다. 두통이 심한 경우 학업·업무·가사 일에 능률이 떨어지고(중등도), 심하면 업무 자체를 이어가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이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반강제적으로’ 프리랜서나 백수 등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편두통 환자가 진단받기까지 평균 10년.

박 교수는 오랜 진단 기간과 관련해 “환자 다수가 계속 참다가 통증이 너무 심해 병원을 방문하기도 하는 데다 편두통의 증상도 환자마다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많은 질병이 MRI, CT 검사를 진단에 활용하는 것과 달리 두통은 ‘이차 두통’(뇌종양·뇌졸중 등)을 감별해 제외하기 위한 용도일 뿐, 진단은 증상과 강도, 빈도 등을 종합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한 중학생은 구토와 비문증, 동통 등을 동반한 두통으로 인해 병원 검사를 받기 전에 두려운 눈빛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으면 나는 내 아픔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느냐”고.

편두통 환자의 50%는 우울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우울증으로 인한 두통이, 두통으로 인한 우울증이 ‘연결되는’ 만큼, 치료를 통해 두통이 해소되면 우울증이 확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진통제를 약국에서 ‘셀프처방’하는 것도 위험한 것일까.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진통제로 1∼2시간 이내에 말끔하게 조절되는 두통이 월 3∼4일 이내로만 발생한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단, 그 ‘월 3~4일’을 제외하면 나머지 날들은 온종일 깨끗해야 한다. 진통제를 복용하는 두통 일수 외에도 참고 넘어가는 날 등을 합쳐 월 5일이 넘어가면 진료를 꼭 받아봐야 한다. 두통 일수가 증가함에도 정확한 진단 없이 진통제 등 약물을 장기 복용하다가는 두통의 양상과 강도가 증가하는 ‘약물과용두통’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차 두통과 관련해서 치료하기 가장 어려운 상태가 바로 ‘약물과용두통’이 동반되는 상황입니다. 머리가 깨끗한 날이 월 15일이 되지 않고, 두통에 대해 급성기 치료제를 복용하는 날이 10∼15일 이상인 경우죠. 약제를 중단해야 이전 상태에 가깝게 갈 수 있지만 이런 경우 두통 환자에게 급성기 약제가 마약과 같아서 중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환자의 노력으로 편두통을 예방하는 방법은 결국은 유발 요인을 줄이는 것 외에는 없다.

박 교수는 “편두통의 치료는 한 축이 ‘약’, 나머지 한 축이 ‘규칙적인 생활’”이라고 지적하며 “수면 시간, 식사량, 운동량 조절 등을 꾸준히 해나가면 장기적으로 예방적 차원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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