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에 24시간 아이돌봄센터가 시청 앞에 개원합니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아이를 잠시 맡겨놓고 밥도 먹고 낮잠도 자고 요가나 댄스를 배우는 시간이 필요해요.”
김경희(사진) 경기 이천시장의 시정은 ‘어머니 리더십’으로 불린다. 옛 내무부(행정안전부) 최초 비고시 출신 여성 사무관이자 이천시 첫 여성 시장인 그는 출가한 두 딸의 어머니이자 세 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이다.
최근 세계일보 인터뷰에선 ‘저출생’ 문제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300조원을 썼다지만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아이를 키우는 행복을 안팎으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시부터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서울과 경기를 오가며 근무한 맞벌이 부부의 고단한 삶이 이런 ‘생활정치’의 밑거름이 됐다. 이천시가 돈을 내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 소아청소년과를 개설한 뒤 야간진료를 시작했고, 남부권에선 장호원 엘리야병원이 아동 야간진료를 담당하도록 했다. 아픈 아동의 전문 치료를 위해 이천병원에 소아재활센터도 마련했다.
김 시장은 “퇴근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젊은 부부가 아이가 아프면 당장 갈 병원도 마땅치 않다”면서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천시는 현재 출산축하금 외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서비스 본인부담금을 90%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내 2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들어간 학업 준비물 지원은 첫째 딸아이 가정에서 ‘힌트’를 얻었다. “예전처럼 단순하게 색종이 같은 걸 준비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맞벌이 부부가 퇴근하면 동네 문방구가 문을 닫는데, 딸아이 부부가 그런 이유로 다투더군요.”
이 사업이 성과를 내면 내년부터 관내 31개 초등학교로 사업이 확장된다. 저소득·다문화 가구도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김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민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최근 (영남지역의) 한 필리핀 귀화 여성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막노동하는 남편과 살며 아이 분유값을 빌리러 다닌다는 소식에 울컥했어요. 이천에는 이런 분들이 없도록 현황 파악부터 지시하고, 분유값 지원사업을 준비하도록 했어요.”
그는 좋은 기업이 있어야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철학 아래 신설한 투자유치 전담팀을 활용해 기업 유치와 중소기업 기술 지원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이천사랑 지역화폐의 발행 규모는 올해 1050억원에 달한다.
김 시장은 “이천시를 지나는 이천·신둔도예촌·부발역의 3개 역을 각각 상업 중심지, 문화 중심지, 미래첨단사업지구로 성장시키겠다”며 “아파트 공급 중심의 기존 역세권 개발과 차별화해 인구 25만명이 넘는 수도권 동남부 중심도시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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