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엔 4월 중순 발생… 10일 빨라져
한번 감염 땐 회복 못하고 100% 고사
시기 놓치면 급속 확산 선제대응 중요
전국 피해 규모의 63%가 ‘극심’ 단계
고사목, 마른 장작 돼 산불 위험 커져
토양 지지력도 약화 호우시 산사태도
산림청, 지자체와 2주마다 상황 점검
첨단기술 총동원 감염목 찾기 안간힘
소나무에 기생해 말라죽게 하는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한번 감염되면 100% 고사해 ‘소나무 파괴자’로 불린다. 기후변화도 소나무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겨울철 가뭄과 봄철 고온 현상은 소나무를 쇠약하게 하고 재선충병을 활성화시켜 치명적 요소가 되고 있다. 선충을 실어나르는 매개충의 우화(羽化) 시기는 갈수록 빨라진다. 재선충은 그동안 4월 말∼5월 초에 발생했는데 최근 그 시기가 당겨지고 있다. 지난해 첫 발생시기는 4월 중순으로 2020년보다 열흘 정도 이르다. 매개충은 여름내 건강한 소나무를 갉아먹으며 재선충을 전염시키고 생장한다. 현재까지 딱히 치료제가 없어 방제만이 최선의 치료책이다. 산림청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집중 방제에 돌입한다.
◆기후위기로 소나무재선충 확산속도↑
소나무재선충병은 급속히 나무를 고사시키는 시들음병이다. 소나무를 비롯, 해송·잣나무·섬잣나무 등 소나무류에서 발생한다. 한번 감염되면 치료 회복이 불가능해 100% 고사한다. 소나무재선충은 1㎜ 내외의 선충이다. 작은 크기로 소나무에 침입해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데 스스로 이동할 수 없다. 때문에 고사목에 서식하고 있던 매개충의 몸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건강한 나무로 이동해 소나무재선충병을 확산시킨다.
매개충은 현재까지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두 종으로 확인된다.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이 건강한 나무의 수피를 갉아먹을 때 생기는 상처를 통해 소나무재선충이 나무줄기 내로 침입하게 된다. 매개충이 소나무 껍질 속에 알을 낳고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치면서 소나무를 갉아먹는다. 다 자란 성충은 다른 건강한 나무로 옮겨가서 그 나무를 갉아먹으며 생활하는데 이 과정에서 재선충이 전염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곤충이 유충 또는 약충이나 번데기에서 탈피해 성충이 되는 ‘우화(羽化)’ 시기가 빨라져 매개충의 활동기간은 늘어나게 된다. 피해 밀도도 증가한다.
소나무재선충이 침입한 나무는 급속하게 증식된 소나무재선충에 의해 송진 분비가 멈추고 알코올·테르펜과 같은 휘발성 물질이 나오게 된다. 이로 인해 수분과 양분의 흐름에 이상이 발생해 죽게 된다.
묵은 잎부터 변색이 시작되고 시간이 경과하면 잎 전체가 붉은색으로 우산살 모양으로 잎이 아래로 처지면서 완전 고사된다. 9월 이후로 감염시기가 늦어질 경우 병징이 늦게 나타나 이듬해에 고사되기도 하며, 일부 가지만 죽는 경우도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번식력이 매우 강해서 암수 1쌍이 20일 후에는 20만마리까지 번식된다. 감염 시기에 따라 피해 고사목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지속 발생한다.
◆고사목 대형산불·산사태 위험 요소
소나무재선충병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건 1988년 부산 동래구에서다. 당시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 팰릿에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이 탈출한 흔적인 탈출공(孔)이 확인됐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선제적으로 방제하지 못한 일본은 사실상 소나무가 절멸한 상태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가 죽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사목은 마른 장작이 돼 산불이 크게 번질 가능성을 높이고, 토양 지지력을 감소시켜 집중호우 시 산사태 위험을 높인다.
2022년 밀양산불 발생 시, 방제되지 못한 피해고사목, 훈증더미가 대형산불로 확산했다. 지난해 발생한 캐나다 최악의 산불 원인은 “병해충에 의한 소나무 고사 면적 증가”와 가뭄이라는 캐나다 산림청의 분석도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지난해 219만그루의 피해를 냈다.
지난해 재선충병 감염·감염우려목은 219만그루로 전년(92만그루) 대비 138% 증가했다. 산림청은 이 중 163만그루에 대한 방제를 실행했다. 감염목은 107만그루로 전년(38만그루) 대비 181% 늘었다. 감염우려목 역시 112만그루가 발생해 전년(54만그루)에 비해 107% 증가했다.
피해 단계는 ‘극심’, ‘심’, ‘중’, ‘경’, ‘경미’ 5단계로 나뉘는데, 전국 피해규모의 63%가 ‘극심’이며, ‘심’ 단계도 7개 시·군에 집중돼 있다.
◆드론·지상방제 병행… 진단키트 확대보급
산림청은 가을과 겨울에는 점검·진단 및 쇠약목 제거에 집중하고, 매개충 활동기인 여름에는 매개충을 포획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을 포함한 일본, 중국 등 외국에서 재선충병 방제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집중 방제의 성과로 소나무가 절멸 위기에 있던 제주도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되는 추세다. 충북 영동군과 대구 남구, 전남 곡성군, 경북 울진군은 재선충병이 재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회복되기도 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의 방제 성과는 적합한 방제기술과 꼼꼼한 방제작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방제효과는 최소 5년 이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소나무재선충병이 크게 확산할 때 집중방제가 이뤄졌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5년 이후에나 나타났다.
산림청은 지난해부터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를 신속하게 찾아내기 위해 드론을 이용한 공중 점검과 유전자 진단키트를 개발해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진단키트는 종전의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진단 시간을 3일에서 30분으로 줄일 수 있다.
드론으로 확인된 감염목은 영상분석으로 좌표값을 취득하고, 감염목에 QR코드 정보를 입력하여 검경부터 방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등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방제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산림청은 집중 방제 기간 동안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방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주마다 방제상황을 점검하는 대책회의를 갖는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지자체에서도 방제품질을 높이기 위한 현장관리와 지자체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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