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 선출·3%룰 도입
2020년 이후 주주행동주의 증가
“자사주 더 사라” “환원율 높여라”
2024년도 벌써 ‘주주 제안’ 잇따라
정부도 소액주주 권익 강화 추진
주요기업 배당 전년보다 9.3% ↑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진을 상대로 권리를 적극 행사하는 ‘주주행동주의’를 대표하는 펀드와 소액주주연대 등의 주주권 행사 타깃이 된 국내 기업의 수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원칙)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왕성해진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을 위해 주주 환원 강화에 나선다고 강조하고 있어 이번 주총 시즌에도 주주행동주의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소재한 글로벌 기업 거버넌스 리서치 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는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집계한 연례 보고서를 이달 중순쯤 발간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 73곳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 91개가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 산하 데이터 분석기관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한국의 행동주의 캠페인은 2020년에는 대상 기업이 10곳에 불과했지만 2021년 27곳, 2022년에는 49곳으로 뛰었다. 인사이티아는 아시아권 중 일본과 한국에서 특히 2020년대 들어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왕성해진 원인으로는 제도 개선이 첫손에 꼽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주주행동주의펀드 역할 확대에 따른 시장영향’ 보고서에서 “오랜 기간 주주행동주의 펀드 활동은 외국계 헤지펀드에 의해 주도됐다”며 “2016년 스튜어드십코드 제도가 국내 도입됐고, 2020년 12월에 감사위원 분리 선출, 최대 주주 의결권 3% 제한 제도 도입이 국내 자본에 의한 주주행동주의 펀드 활성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
올해도 주주행동주의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매니지먼트,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와 국내 안다자산운용 등 국내외 헤지펀드는 최근 삼성물산에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룰 매입하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삼성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은 보유 자사주 전량을 3년에 걸쳐 소각하고 보통주당 2550원을 배당하기로 했는데, 이들 행동주의 펀드는 “추가 자사주 매입이 동반되지 않아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인 얼라인파트너스도 국내에 상장한 은행금융지주 7곳(KB·신한·하나·우리·JB·BNK·DGB)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 환원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에 그간 소극적으로 응대해온 기업들은 정부의 주주 권익책 강화 행보에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호응하고 나섰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 8일까지 현금·현물 배당을 발표한 76곳을 조사한 결과 총액은 28조4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9.3%(24조306억원, 분기·중간배당 포함) 늘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보통주 기준 주당 8400원으로 결정, 역대 최대 금액으로 책정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8일 “7개 은행 모두 주주 환원율을 전년 대비 평균 4.2%포인트 인상했으며 작년에 발표한 자본 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해서 준수할 예정임을 다시금 공개적으로 재확인했다“며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회사 출범 후, HD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 후 처음으로 각각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를 소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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