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기밀 보관·유출 결론 속
“장남 사망 연도 기억 못해” 주장
바이든 고령 논란에 기름 부어
바이든 “기억력 멀쩡” 반박 불구
타국가 정상 이름 또 잘못 말해
미국인 86% “바이든 너무 고령”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한 특검 보고서에 포함된 ‘기억력은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이라는 표현으로 ‘고령 리스크’가 분출하며 정치적 파문이 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재임 시절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수사한 로버트 허 특검은 8일(현지시간) 수사를 종결하고 공개한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민간인 시절 고의로 기밀문서를 보관하고 공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검은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유죄라는 것을 입증하지는 않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민간인 신분이라 할지라도 이 사안에 대해 형사 고발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불기소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허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배심원들에게 자신을 ‘기억력은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으로 묘사할 수 있고, 배심원단이 그런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표현했다.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장남 보의 사망 연도를 떠올리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갑작스러운 기억력 논란에 바이든 대통령은 특검 조사가 발표된 뒤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 아들이 언제 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언급도 있다. 어떻게 감히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격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억력이 나빠졌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억력은 나빠진 게 아니라 멀쩡하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된 이후 내가 한 일을 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지만 이후에 계속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했고, 백악관은 대통령 발언 자료에서 멕시코에 줄을 긋고 이집트로 바로잡았다. 자신이 고의로 기밀문서를 보관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선 “분명히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미 NBC방송은 특검 보고서가 민주당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NBC에 “악몽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암울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고, 또 다른 인사는 “대통령 재임 중 최악의 날”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재판받기에 너무 늙었다면 대통령이 되기에도 너무 늙었다”고 공세를 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특검 조사 결과와 관련해 “사법 당국의 이중 잣대와 선택적 기소가 확인된 것”이라며 “바이든 사례가 나보다 100배는 더 엄중한 것”이라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리스크 파장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ABC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2월9~10일, 미국 성인 528명 대상) 결과, 올해 81세로 현역 최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답변이 전체의 86%로 나타났다.
반면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령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62%에 그쳤다. 응답자의 59%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고령이라고 답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이들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75세를 넘었음에도 외모와 화법, 행동의 차이가 유권자들의 엇갈린 인식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더 쉰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머리카락은 더 가늘어지고 하얗게 변했다. 2020년 대선 후보였을 때보다 허약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종 머리를 염색하는 것은 물론 대중 앞에서 큰 몸집과 키를 내세워 힘을 과시한다. 행사 무대에 오를 때 오프닝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마초적’ 수사로 가득 찬 연설을 통상 한 시간 넘게 하며 체력을 자랑한다.
리더십 전문가인 캐럴 킨제이 고먼은 “트럼프도 적어도 바이든만큼은 실수하지만, 허세를 부리기 때문에 노쇠한 게 아니라 열정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