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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날아오면 쾅… 우리 K2 전차도 요격무기 쓴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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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8 06:00:00 수정 : 2024-02-18 13: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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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08년 개발한 K2 ‘흑표’ 전차는 명실상부한 국산 전차를 만들고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정상급 전차다.

 

강력한 공격력, 시속 50㎞로 질주하는 주행능력, 움직이는 상황에서 포탄을 빠르고 정확하게 장전하는 자동장전장치 등을 갖췄다.

 

지난해 2월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서 독일 레오파르트2A7+에 밀려났지만, 성능은 동등한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것도 이같은 요소 때문이다.

한국 육군의 K2 전차가 전진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하지만 2030년대 이후에도 세계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전차가 미사일, 드론에 대거 파괴된 것도 이를 부추겼다.

 

이에 군 당국은 K2 전차 성능개량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추세를 따르게 될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2030년대부턴 기존보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더 강해진 K2 전차가 등장할 전망이다.

 

◆미사일·드론 공격 저지 초점

 

방위사업청은 최근 K2 전차 성능개량 사업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군은 도시지역 발달로 인한 작전소요 증대 등의 미래 작전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유·무인 복합전투능력을 갖추기 위해 K2 전차 성능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소요결정이 내려졌으며, 올해 후반기에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수립될 예정이다.

 

사업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체 주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30년 이후 개량형 K2 전차가 일선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중동 지역 등에 수출을 고려해서 제안되는 K2 성능개량형 전차 상상도. 미사일 공격 등을 저지할 장비가 탑재된다. 현대로템 제공

개량형 K2 전차는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저지하는 복합능동방호장치를 장착한다. 승무원 관측능력을 높일 360도 전장상황 인식장치와 인공지능(AI) 기반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도 추가된다.

 

복합능동방호장치는 글로벌 전차 시장의 최신 트렌드인 능동방호체계와 안티 드론(anti-drone) 체계로 구성될 전망이다. 전차의 최대 위협인 미사일과 드론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에서 투하하는 폭탄 공격으로 많은 전차와 장갑차를 잃었다. 

 

소셜미디어에는 드론에서 투하한 폭탄이 러시아 전차의 해치 속으로 들어가 폭발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블린처럼 전차 포탑 상부를 타격하는 대전차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는 속수무책으로 파괴됐다. 

 

러시아군은 전차 포탑 상부에 철제 방어장비(슬랫 아머)를 갖추고 측면에는 철망이나 통나무, 모래주머니를 설치해 공격을 막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차 도입사업을 진행 중인 국가, 차세대 전차를 개발하는 업체는 앞다투어 능동방호체계 장착을 필수 조건으로 삼는다. 

지난 2023년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K2EX 전차가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능동방호체계는 미사일이 전차에 도달하기 전 감지해 요격한다.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단파 및 중파 적외선 추적장비, 소프트킬(무력화) 및 하드킬(직접 파괴) 기능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군 K2 전차는 소프트킬 기능은 갖췄으나 하드킬 기능은 장착되지 못했다. 

 

반면 북한은 하드킬 기능이 있는 능동파괴장치(APS)를 지난해 공개했고, 폴란드에 수출되는 K2PL 전차와 호주가 도입할 국산 레드백 보병전투차에는 능동방호체계가 탑재될 예정이다. 한국군이 뒤처지는 셈이다.

 

시가전에서 전차의 역할 확대는 2000년대 이후부터 제기됐다. 강한 방호력과 공격력을 지닌 전차는 시가지에 있는 장애물을 단번에 파괴, 보병의 작전을 도울 수 있다. 다만 승무원 시야가 제한되어 기습을 받을 우려가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360도 상황인식능력과 더불어 승무원이 전차 내부에서 드론, 보병 등의 공격에 맞설 RCWS 탑재가 필요하다. 

 

독일 KF51를 비롯해 개발이 추진되는 차세대 전차는 대부분 이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K2 전차 성능개량이 필수인 이유다.

 

성능개량 사업 형태는 K2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제안하는 K2 전차 수출형(K2EX) 컨셉 모델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경기도 파주의 한 육군 기갑 훈련장에서 K1A2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대로템은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APS와 RCWS 등이 탑재되는 K2EX 전차를 선보였다.

 

K2EX에 탑재될 APS는 이스라엘 라파엘사가 만든 트로피 체계를 장착한다. 서방 세계 주요 전차에서 쓰이는 트로피 체계는 검증된 제품이지만,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라파엘과 공동개발 형태로 APS 탑재를 추진하되 APS에서 발사되는 탄을 시작으로 점진적인 국산화를 추진한다. 다만 한국군에서 쓰일 개량형 K2는 국산 APS를 사용할 전망이다.

 

포탑 상부엔 12.7㎜ 기관총과 드론 재머 등을 사용하는 RCWS를 탑재한다. 포탑 측면 등에는 상황인식카메라와 주·야간 카메라를 장착한다. 영상융합기술을 적용해 고글을 쓴 승무원에게 360도 상황인식능력을 제공한다.

 

현대로템이 수출을 위해 제안하는 K2EX 컨셉은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K2 전차 성능개량 사업 개요와 비슷한 요소가 많다. 이는 사업 추진 전 선행연구와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 과정에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능개량이 완료되면 2040년 이후에 등장할 차세대 전차와 더불어 육군 기계화부대의 핵심 전력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기술적으론 K1·K2 전차와 차세대 전차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차세대 전차에 적용될 첨단 개념을 선제적으로 사용해 검증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된 육군 17사단 제병협동전투사격 훈련에서 K1E1 전차들이 기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신규 개발·기존 전차 개량도

 

1980년대 처음 등장한 K1 전차도 성능개량을 거듭하고 있다. 개량 작업에 적용되는 기술은 K2 전차 성능개량 및 K2EX 개발, 차세대 전차 개발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초도배치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고 105㎜ 주포를 사용하지만, 북한군을 상대로는 여전히 효과가 있다. 일선에서 운용하는 수량도 많다. 성능개량이 필수적이다.

 

K1 전차는 주포를 120㎜로 교체한 K1A1, 주포는 그대로 사용하되 최신 항법장치와 전장관리시스템 등을 장착한 K1E1으로 바뀌었다.

 

K1A1은 K1 전차 주포를 120㎜로 교체하면서 한국형 복합장갑을 적용해 방어력을 높였다. K1A1은 이후 실시간 전장 정보를 공유하는 전장관리체계를 탑재한 K1A2로 개량됐다. 

 

K1A2와 K1E1은 전장관리체계 외에 조종수 열상카메라와 전·후방 감시카메라를 통해 승무원이 주변 위험을 쉽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개량 작업으로 K2 전차와 함께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면서 전투를 펼치는 네트워크중심전(NCW)을 펼칠 수 있게 됐다.

 

K1E1은 포수조준경을 교체하고 냉방장치와 양압장치, 보조전원장치를 추가한 K1E2로 개량된다. 현재 K1E2는 시험평가가 진행중이며, 관련 절차가 순조롭다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능개량에 들어갈 전망이다.

 

2040년대를 염두에 둔 차세대 전차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서울 ADEX 등을 계기로 130㎜ 주포를 탑재한 55t 중량의 차세대 전차 컨셉을 공개해왔다.

 

소재 기술의 발달로 기갑장비들은 장갑 무게는 가벼워지면서도 방호 능력은 강화되는 추세다. 신형 포탄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주포 구경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3년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차세대 전차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기에 대전차미사일을 추가, 3㎞ 떨어진 적군도 공격한다. 

 

무인 기술도 적극 반영된다. 다목적 드론으로 정찰을 하며, 승무원 숫자는 기존보다 줄어든 2~3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경량화된 세라믹 복합장갑으로무게를 줄이면서도 적군의 공격을 막는 능력을 높인다. 차체에는 반응장갑을 추가한다. 승무원 공간을 집중 방어하는 캡슐형 승무원실도 있다.

 

대전차미사일을 파괴하는 APS도 장착된다. 

 

적군에 포착될 위험을 최대한 낮추는 스텔스 기술을 적용, 대전차미사일의 유도 신호를 교란한다. 수소연료전지와 전동화 추진체계, 고무궤도를 채택해 소음과 진동을 줄인다.

 

AI 기술을 적용해 자율주행 및 원격운용을 하며, 지능형 지휘통제 및 사격통제 체계를 갖춰 타격력을 극대화하면서 아군의 피해를 낮춘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전차 무용론’이 제기됐지만, 이는 기술 발전과 전장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던 러시아의 구형 전차로 인한 것이었다.

 

성능개량을 제때 진행하면 전차는 여전히 전쟁에서 위력적인 무기다. 한국군의 K2 전차는 우수한 성능을 지녔지만 2020년대 이후에도 세계 정상급 지위를 유지하려면 성능개량이 필수다.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적극 수용한 성능개량이 서둘러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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