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조정 부작용 대책 마련했나
일괄 삭감보다 외과수술식이 좋았을 것”
34세 김근태 의원, 과기부 장관과 정책 토론
“기술 경쟁 치열… 연구환경은 중대 과제”
23일 열린 총선 전 마지막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은 민생 악화의 책임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이날 대정부질문 주제는 경제 분야였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추궁한 야당 의원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김근태 의원은 과학기술 연구환경 개선책을 주제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정책 토론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34세 김 의원은 서울대 재료공학부 대학원 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1월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은 ‘4개월짜리 의원’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김 의원은 “저는 지난 R&D(연구개발) 예산 조정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우려를 정부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이 장관을 불렀다. 김 의원은 “윤석열정부가 지향하는 자율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성과 중심 R&D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방향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정부의 R&D 예산 삭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연구 지속성 저해했다”… 이종호 “보완하겠다”
첫 화두는 급격한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이었다. 지난해 정부는 ‘나눠먹기식 R&D 예산’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14.7%(4조6000억원) 삭감했다.
김 의원은 “2022년 8월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 운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6년까지 R&D 예산을 연평균 3.7% 증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번 삭감의) 문제점은 예산 확대 기조에 대한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는 것인데, 최근까지 과학기술계가 이를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과학기술계의 연구 지속성과 예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저해했다는 우려가 많은데, 장관도 공감하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은 “군살을 빼고 근육을 붙여가는 과정을 만들기 위해 불가피하게 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그런 부분들을 보완해서 연구하시는 분들이 걱정 없이 예측 가능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예산 나눠 먹기’ 사례 없어… 국민 공감도 부족”
김 의원은 정부가 예산 삭감의 근거로 제시한 ‘예산 나눠 먹기’ 행태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과기부가 국회에 제출한 R&D 비효율 조정 예시 자료가 있다. ‘나눠 먹기’로 인해 1200억원 규모의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1200억원 조정액과 (전체 삭감액인) 수조원의 조정액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예산 나눠 먹기’에 대한 과학기술계와 국민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고, 구체적인 사례 또한 제시되지 못했다”며 “일괄 삭감이라는 방식보다 ‘나눠 먹기’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서 보조금을 환수하고 처벌하는 등의 세밀한 외과 수술식 접근 방법이 선행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그렇게 하면 원칙적으로 좀 더 정교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것을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한 방법이 굉장히 어렵다”고 현실적인 방안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예산에 대한) ‘군살 빼기’ 과정에서 선량한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가능한 한 그런 일이 줄어들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원생 생활난 논의… “장려금 제도 도입”
두 사람은 R&D 예산 감축에 따른 대학원생 생활난의 해법도 논의했다. 김 의원은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87.1%가 전업제 학생인데, 이는 대부분의 대학원생이 생활비를 인건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며 “연구 현장에서는 이번 예산 조정으로 인해 인건비 감축, 모집 정원 감원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가 인재가 마음 놓고 연구 활동을 이어가기 힘들어진 부작용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둔 게 있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은 “대학의 인건비는 주로 기초 연구 사업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기초 연구 사업만 봤을 때 예산이 전년 대비 1.7% 늘어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현재 연구 과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해놨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이어 “내년부터는 스타이펜드(Stipend)라고 하는 연구생활 장려금 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 또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이펜드가 제도로서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련된 법안을 준비 중이니 과기부에서 협조해달라”고 화답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구원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 등을 놓고 토론을 이어갔다.
◆“과학기술 연구환경은 중대한 문제”
김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의원직을 승계받기 일주일 전에 모교 연구실 선후배와 신년회를 했는데, 연구비가 삭감돼 되게 의기소침한 모습들이었다. 의지가 꺾인다는 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라며 “국회에 등원한 후 학계에 계신 분들과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했고, 이 문제의식을 대정부질문을 통해 과학기술 부처와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날 질의 배경을 밝혔다.
김 의원은 “국가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 과학기술 연구환경 문제는 국가 경쟁력 면에서 중대한 과제”라며 “1호 법안도 관련한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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