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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 글쎄요?… 2023년 제주 출생아 수 ‘역대 최저’

입력 : 2024-02-29 14:08:17 수정 : 2024-02-29 14: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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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출생아 3200명… 통계작성 이래 가장 적어 ‘초저출산’
맞벌이 비율 63% 전국 1위·임금은 최저
초등생 3만명대로 급감…신입생 ‘0’ 4곳

제주도가 ‘초저출산’ 대책으로 생애주기별 지원 강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수년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난해 제주지역 출생아 수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3200명으로 집계됐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역대 가장 낮은 0.83명으로 나타났다.

 

제주시내 전경.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태어난 아기는 3200명으로 전년(3599명)보다 399명 줄었다. 이에 따라 합계출산율은 0.83명으로 전년(0.92명)보다 더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이 0.83명이라는 말은 부부 100쌍(200명)의 자녀 수가 83명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200명이던 부모 세대 인구가 자녀 세대에는 절반 더 넘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합계출산율은 10년 전인 2013년만 해도 1.42명이었는데 2014년에 1.48명으로 조금 올랐다가 2021년 0.95명, 2022년 0.92명, 2023년 0.83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국 평균은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이다.

 

작년 합계출산율을 시·도별로 보면, 17개 시·도 전부 0명대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그나마 세종(1.12명)은 1명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모두 0명대로 주저앉았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粗)출생률은 4.8명으로 전년보다 0.5명 줄었다.

 

첫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세로 전년(32.8세)보다 0.2세 높아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2021년 기준 OECD 국가들은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평균 나이가 29.7세인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3.3세나 높다.

 

작년 제주지역 사망자 수는 4700명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2년 대비 2.6%(100명) 감소했다. 조사망률은 7.0명으로 전년 대비 0.2명 줄었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는 -1500명, 자연증가율(인구 1000명당 자연증가)은 -1.5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초등생 2028년 3만311명으로 1만여명(약 25%) 감소할 듯

 

이주 열풍으로 4만명대를 유지하던 제주지역 초등학생 수는 다시 3만명대로 무너졌다.

 

제주교육청에 따르면 2024학년도 학급 편성 결과 유·초·중·고·특수학교 전체 학생 수는 8만3370명으로, 전년 대비 1776명 줄었다.

 

특히 초등학생이 3만8374명으로 전년(4만531명) 대비 2157명(5.3%) 줄어 눈에 띄는 감소 폭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 제주지역 초등학생 수 현황을 보면 2000년 4만6778명, 2001년 4만8850명에서 2002년 5만770명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2003년 5만2144명에 이어 2004년 5만235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7년까지 5만명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2008년 4만8291명으로 5만명선이 무너졌고 이후 2009년 4만6028명, 2010년 4만4035명, 2011년 4만2143명, 2012년 4만172명 등으로 급감하며 한동안 4만명대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3만8235명으로 4만명선마저 무너졌으며 이후 2017년까지는 3만명대 후반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5년을 전후로 한 ‘제주 이주 열풍’에 힘입어 제주도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 속 타지역에서 제주 학교로 전입하는 학생도 점차 늘어났다.

 

초등학생 수는 2018년 4만96명으로 4만명대를 다시 넘어섰으며 2019년 4만1068명, 2020년 4만575명, 2021년 4만1328명, 2022년 4만1628명, 2023년 4만531명 등으로 4만명대 초반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주 열풍도 사그라지고 저출산 문제도 심화하면서 결국 올해 3만명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또한 2024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등록 결과 지난 4일 기준으로 5440명이 등록했는데,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학교가 33곳(제주시 15, 서귀포시 18)에 달했다.

 

이 중 학생이 없어 수년간 휴교 상태인 가파초 마라분교장과 한림초 비양분교장을 비롯해 가파초,추자초 신양분교장 등 총 4곳은 신입생이 0명이다.

 

신례초와 조천초 교래분교장은 신입생이 1명뿐이다.

 

중기학생배치계획에 따르면 제주지역 초등학생 수는 앞으로 매년 1000∼2000여명 감소해 2023년 4만531명에서 2028년 3만311명으로 1만여명(약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생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분교장 제외)도 2023년 16곳에서 2028년 30곳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학생은 2025년 2만114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하고, 고등학생은 2028년 2만705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14년만의 인구 순유출…아파트 고분양가 등 주거·사교육비 부담

 

초저출산은 인구 유출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인구 유출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14년 만에 제주지역 전출인구가 전입인구보다 많은 순유출 현상이 발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는 8만1508명이 전입하고 8만3195명이 전출하면서 1687명의 인구 순유출을 기록했다.

 

제주는 맞벌이가구 비율(통계청 고용조사 2022년 기준 63.5%, 전국 46.1%)이 전국 1위다. 통상임금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국세청의 ‘시도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에 따르면 2022년 제주 근로자 1인당 총급여액은 3570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다. 반면 2023년 기준 제주지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574만원으로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 가장 높았다.

 

실제 지난해 제주를 떠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출 사유를 확인한 결과, ‘주거 환경 때문’이라고 응답한 전출자가 3512명으로 전입 응답자 3036명보다 많았다.

 

워킹맘 박모씨는 “둘째아이를 낳으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주거비도 부담이지만, 가장 큰 부담은 사교육비다. 육아 휴직도 눈치가 보이고 경력 단절도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 “도정 주요정책 저출산·인구정책과 유기적 연계”

 

제주도는 지속되는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에 대응해 임신·출산·양육이 도민의 행복한 선택이 되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 정책 패키지로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꿈낭’ 초등돌봄센터를 3월부터 새롭게 운영한다. 부모급여와 첫만남이용권 지원금액을 대폭 확대하고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를 위한 가임력 검사, 난자 냉동시술이 필요한 20~49세 여성의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을 새로 도입했다. 또한, 올해부터 어린이집 입학준비금도 처음으로 지급한다.

 

제주도는 초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려면 임신·출산·양육뿐만 아니라 교육과 일자리, 주거, 복지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세밀하고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올 1월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 전담팀(TF)’을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주요 정책을 보면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 등을 대상으로 난소기능검사, 부인과 초음파, 정액검사 등 필수 가임력 검사 비용(여성 13만 원, 남성 7만 원)을 새롭게 지원한다.

 

난임부부 지원 요건이던 소득기준을 올해부터 폐지해 모든 난임부부를 지원하며, 난임 시술별 횟수제한을 폐지하고 총 시술횟수 내에서 희망시술을 선택하도록 개선했다.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도 올해 새로 도입했다.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로 난자 냉동시술이 필요한 20~49세 여성(미혼 포함)에게 첫 시술비용의 50%를 지원한다(1인당 최대 200만원).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도 이뤄진다. 지원 한도는 임산부 1인당 48만원 이내로 과일, 채소, 찹쌀, 두부 등 제주산 청정 친환경농산물을 주 1회 가정으로 배송한다.

 

둘째아 이상 출산한 가구에 대한 첫만남이용권 지원금액을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인상하며, 출산 양육부담을 덜기 위한 해피아이 육아지원금(5년간 1000만원)도 지속적으로 지급한다.

 

출산한 산모에게 산후조리용 한약 1재 당 10만원 할인을 지원하며, 출산육아용품 대여사업을 통해 아기의 성장단계별 육아용품 구입에 대한 경제적 부담(유모차 및 카시트 대여 등)을 덜고 있다.

 

여성 농업인 출산 시 영농도우미 이용금액의 80%(1일 6만3040원)를 최대 90일까지 지급하며, 여성장애인이 출산할 때는 한 아이당 12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부모급여를 0세는 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세는 월 35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렸다.

 

월 10만원의 아동수당 지급이 7세로 종료되는 만큼 8~12세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월 5만원의 아동건강체험활동비를 지급한다. 중위소득 120% 이하(4인 기준 687만6000원) 대상이다. 지역화폐(탐나는전)로 지급한다.

 

제주도는 맞벌이가 많은 지역 특성에 따라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꿈낭’ 초등주말돌봄센터를 제주시 아라초와 서귀포시 동홍초에서 각 4개 교실을 운영한다.

 

어린이집 입학준비금으로 7만5000원 한도 내에서 실비 지원한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급식비로 재원아동 1인 당 월 1만원을 어린이집에 추가 지원한다.

 

이와 함께 올해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을 대상으로 우선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건설(11개 지구 800가구) △둘째자녀 출산 무주택 2400가구 대상 주거임차비 지원(5년 간 총 1400만원) △신혼부부·자녀출산 1000가구 대상 주택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최대 130만~170만원) 등을 진행한다.

 

오영훈 지사는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 정책의 수요자인 도민의 체감도를 높이면서 전반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회·경제시스템 설계와 실행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상장기업 육성·유치, 미래 신산업, 에너지 대전환 등 주요 정책은 모두 저출산 및 인구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어나가도록 도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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