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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없이 ‘원전 재도약’ 가능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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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03 23:03:09 수정 : 2024-03-03 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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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가동 후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 관리 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도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특별법은 모두 3건이다. 가장 먼저 2021년 9월 발의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은 2년5개월이나 묶여 있다. 여야가 모두 “더 미룰 수 없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차일피일 처리를 미뤄온 것이다. 5월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이들 법안이 폐기되면 다시 논의하는 데만 최소 2년이 걸린다. 정치권 무능을 보여주는 한심한 일이다.

원전에서 사용한 방호용품이나 기자재·부품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2015년부터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해 관리 중이다. 하지만 이보다 열과 방사능 준위가 높은 폐기물 처리는 부지 선정조차 시작하지 못해 원전 내 수저에 임시저장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40년 넘게 고준위 방폐장을 물색했지만 번번이 장소 선정에 실패했다. 국내 원전 25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만 이미 1만8900t에 달한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최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6년 뒤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며 조속한 특별법 제정안 통과를 호소했다. 한빛, 한울, 고리 원전 등은 10년 내 보관할 곳이 없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최소 37년이 걸린다고 한다. 원전 운영 상위 10개국 중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인도뿐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운영기간’, ‘설계수명기간’ 등 방폐장 규모와 관련한 사안을 놓고 논쟁만 벌여왔을 뿐이다. 원전 내 임시 시설이 차면 발전소 운영은 중단되고,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충족하지 못해 원전 수출도 막힌다. 눈앞으로 다가온 위기에도 정치권은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윤석열정부는 ‘원전 재도약’을 선언한 상태다. 최근엔 현대건설이 18조7000억원 규모의 불가리아 원전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 문제 해결 없는 원전 확대, 원전 수출은 공허할 따름이다. 저장시설 포화로 2021년 조기 폐쇄된 대만의 궈성 1호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K원전’에 대한 신인도 하락과 미래 세대 부담만 가중될 것이다. 정부가 나서 대국민 홍보 등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에너지 시장 안정과 탄소 감축을 앞세워 원전 가동을 늘리고 있지 않은가. 21대 국회도 임기 만료 전에라도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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